[I DO, DO I?] 프롤로그: 저출산 · 고령화 수식어가 있기 전, 결혼이 있다
현안과이슈 / by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07.19 / 수정일 : 2023.07.20




  저출산 ·
 고령화라는 수식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상투적인 표현이란 생각에 ‘이젠 질렸어’ 라면서 대화 주제를 바꾸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대로 가다 간 한국 사회의 앞날이 캄캄하다’면서 미간을 찌푸릴지도 모릅니다. 또는 ‘저것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라면서 당장 눈앞의 현생에 좀 더 집중하고자 자리를 뜰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입장이 무엇이 되었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만합니다.’ 단일 이슈가 원인이 되어 갑자기 떠오른 화두는 아니니깐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다층적인 사안이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위 수식어와 함께 종종 보도되곤 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는 걸요. 바로 결혼, 웨딩, 혼인율입니다. 나 하나 챙기기에도 바쁜데, 누가 ‘I DO’ 하고서 생에 걸친 서약을 하냐고요? 엔데믹 시대를 맞으면서 마음속에 품어 두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났기 때문일까요, 2023년의 한국엔 수많은 하객들 앞에서 우렁찬 맹세를 다짐하는 커플들이 의외로 많아 보입니다. 물론 ‘지난 4월 한 달간 혼인 건수가 1만 4475건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같은 달 기준)를 기록했다’고 조선일보(2023.07.07)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혼인율 저하를 보도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해제됨에 따라 (시대 흐름이 어떻든 간에)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 사이에선 결혼 준비가 한창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최근 3년 내내 꾸준히, 애매한 사이가 아닌 친한 친구들로부터 매년 서너 장의 청첩장을 받습니다. (어디까지나 옛날 말로) ‘적령기’라 불리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저출산 · 고령화라는 수식어가 버젓이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 청첩장이라뇨!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어려운 때에 누군가의 새 출발을 응원할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기뻐할 일이니깐요. TMI를 좀 더 계속해보자면, 엔데믹의 서막과도 같던 작년 가을, 저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꼈습니다. 어느덧 결혼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새신부인 데요, 어려운 시기에 인생 친구를 만나 혼인 서약까지 한 스스로에게 여전히 놀라는 중입니다.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예의 수식어를 생각해 보건대, 대견스럽기까지 하고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요즘, 큰 결정을 내렸구나!’ 하면서 말이죠.

 

  사실 결혼식 이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진단할 수 있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결혼 준비 과정과 결혼식 이후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더군요. 특별히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 날짜를 정하고 신혼여행 일자를 조율한 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 번이라도 인터넷에 결혼식 준비를 위한 검색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에 관련 정보를 쳐보면 광고성이 짙은 글이 수두룩합니다. 간혹 감사하게도 꿀팁이라 불릴만한 경험담을 나눠주는 블로거도 있지만 드문 상황이지요. 관련 업계의 서비스 가격 공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건 물론, 상담을 가장한 강매나 영업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랑, 예신도 어엿한 소비자, 그것도 적지 않은 금액을 쓰는 소비자인데,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예의 수식어를 언급하며 '결혼해라, 결혼해야 한다'라고 다그칠 때도 있으니, 결혼이란 새 출발을 결심한 사람들(혹은 꿈꾸는 사람들)에겐 한숨이 가중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지난 두 달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 큐레이터로 선정되고서도 ‘어떤 글을 써야 공익성이 짙을까?’ 하는 질문만 수차례 던졌습니다. 고민 끝에 오늘에서야 이 글을 시작으로 저만의 답변을 공개하기로 하였고요. 저와 지인들의 경험과 언론사와 관련 통계 보도를 바탕으로, 결혼 준비 과정(정확히는 “결혼식” 준비 과정)의 좌충우돌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저도 지인들도 예비신부, 예비신랑 자격은 처음이었던 지라 멋모르고 어영부영 결혼식을 치렀는데요, 돌아보면 ‘왜 그랬지? 왜 그래야만 했지?’ 하는 점들이 많더라고요. 관련 정보를 업계 사람들끼리 꼭꼭 감춰두고 공개적인 자리에선 광고만 하는 상황이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브라는 아고라를 빌려 조금이나마 결혼식 준비에 참고할 만한 것들을 정리하여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공익성을 생각한 글이지만, 글쓴이가 될 저 자신도 신이 나서 몰입할 수 있는 글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저의 결혼기념일 1주년을 맞기 전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삼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총 여덟 개의 글을 시리즈로 연재할 계획입니다. ‘I DO’ 하는 서약에 ‘DO I?’ 하는 물음이 뒤따라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예랑이나 예신이란 이름 하에 ‘호구 잡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고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습니다. 그럼 다가오는 7월 말, 시리즈의 1편, “[I DO, DO I?] ① 웨딩 플래너의 쓸모: 광고가 아닌 정보를 찾아 박람회로 걷다”로 다시 뵙겠습니다.

 

 


 

 

 

[참고 자료] 저출산·고령화·혼인율 저하 관련 국내 보도


경향신문 23.07.13

서울 혼인 건수, 5년 새 34%↓···서울시, 주거비 지원 등에 4년간 4878억 투입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2307131115001 

 

SBS 23.07.12

[친절한 경제] 30대 초반 미혼은 대세… 남성 5명 중 1명 '끝까지 솔로'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263972&plink=ORI&cooper=NAVER 

 

세계일보 23.07.11

결혼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 韓, 50년 뒤 인구 3800만 명 [뉴스 투데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711520214?OutUrl=naver 

 

뉴스 1 23.07.09

英이코노미스트 "한중일, 보수적 정책에 출산 문제 악화"

https://www.news1.kr/articles/5102580 

 

부산일보 23.07.09

외신 “하룻밤 수백만 원 프러포즈 유행… 혼인율은 최저” [코리아 리포트]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70918063312157 

 

조선일보 23.07.07 

[결혼 비용 명세서]① 코로나 후 일제히 두 자릿수 오른 예식장 대관료...‘깜깜이’ 영업에 소비자만 운다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7/07/UNFJPQ2DRJECJGN6HXINSGNMSU/ 

 

MBN 23.06.23

결혼식,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https://www.mbn.co.kr/news/life/4940302  



 


작성자 :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07.19 / 수정일 : 2023.07.20 / 조회수 : 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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