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캠페인 3선. 이제는 넛지를 곁들인.
현안과이슈 / by 얼대왈 / 작성일 : 2024.11.22 / 수정일 : 2024.11.25
 
공익 캠페인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창한 슬로건이나 복잡한 전략보다 작은 아이디어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넛지(nudge)'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개념입니다. 2008년 시카고 대학 두 미국 학자인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저서넛지라는 책에서 소개되며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정의하면 사람들의 선택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과 2024년에 성공을 거둔 세 가지 공익캠페인을 살펴보며, 넛지가 만들어낸 변화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1. 노란 학생 식당 : 노란색. 해충을 물리치다!

인도네시아의 덥고 습한 기후는 파리와 같은 해충의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로 인해 모기와 해충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 위협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방형 구조가 많은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은 해충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지난 2년간 학교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사례가 100건이 넘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인트 브랜드 Dulux와 광고회사 INNOCEAN Indonesia가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파리가 노란색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노란 학생 식당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는 단순했습니다. 학교 식당의 테이블, 의자, 벽을 모두 노란색으로 칠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진행 전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범했던 테이블과는 달리 노란색으로 칠한 테이블에는 파리가 거의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학교 식당을 노란색으로 변신시켰고, 그 결과 해충이 현저히 줄어들어 아이들이 더 건강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캠페인의 영향력은 학교를 넘어 확산하였습니다. 학부모들과 식당 운영자들도 이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컵, 접시, 음식 용기, 앞치마 등에도 노란색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캠페인 팀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다른 학교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출시 2개월 만에 5천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었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100만 건 이상의 노출을 기록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단순한 아이디어로 큰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란 학생 식당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순히 해충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캠페인은 지역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학교에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지역 내 다른 공공시설로 확산되어, 공원, 도서관, 심지어 일부 관공서에서도 노란색을 활용한 해충 방지 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적 효과도 가져왔습니다. 학생들은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위생의 중요성과 간단한 해결책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미래에 직면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두 손 지킴 장갑: 안전 메시지를 손에 새기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지(손가락절단 사고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무려 10,328명의 노동자가 절단 재해를 당했습니다. 특히 생산, 가공, 절단 등 위험한 산업 설비 작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수지 절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양대, 홍익대, 가톨릭대, 동덕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두 손 지킴 장갑'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항상 착용하는 장갑을 활용한 것입니다. 위 배경에는 대학교 입학 전 공장에서 근무하였던 손도윤 학생은 해당 시절 수지절단 사고가 발생한 것을 목격하였으나 응급처치법을 아는 동료 근무자가 없다는 것과 함께 더불어 대다수의 노동자가 사고 발생 시에 대응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손 지킴 장갑의 손등 부분에는 수지 절단 시 응급처치법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끔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작업 중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안전 정보를 배치함으로써,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캠페인 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지 절단 응급처치용 응급키트'도 제작했습니다. 또한 사업장 인근 수지 접합병원 목록을 담은 '매뉴얼보드'를 만들어 골든타임 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2024131일까지 현장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장갑, 응급키트, 매뉴얼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기획한 학생들은 "노동자의 수지 절단 사고는 빈번히 일어나지만, 관심은 낮은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두 손 지킴 장갑 캠페인은 노동자들이 항상 착용하는 장갑이라는 일상적인 도구를 활용해 안전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안전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산업 안전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의 안전 교육이 주로 강의식이나 매뉴얼 중심이었다면, 두 손 지킴 장갑은 실제 작업 현장에서 항상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 의식을 일상화했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안전 의식 향상뿐만 아니라, 실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로 이어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더불어 이 캠페인은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위험 직군에서도 유사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광범위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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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유 만화 : 우유병에 숨겨진 만화의 마법

믿기 어렵겠지만 일본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내 약 65%의 초등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제공되는 우유를 다 마시지 않는다는 것에 집중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우유 브랜드 세키 우유와 광고회사 지오메트리 오길비 재팬입니다. 두 곳은 협력을 통해 '우유 만화'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우유병에 만화를 그려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투명한 유리병에 흰색으로 그려진 만화는 우유를 다 마신 후에야 볼 수 있습니다. 4컷으로 구성된 만화는 우유를 마실수록 점점 더 많은 내용이 드러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10개의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 일본 기후현에서는 95%의 학생들이 우유를 남김없이 마셨던 것입니다. '우유 만화캠페인은 아이들의 만화에 대한 관심을 영양 섭취와 연결함으로써, 건강한 습관 형성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아이디어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캠페인의 성공으로 인해 더 많은 학교에서 '우유 만화'를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200만 달러에 달하는 언론 홍보 효과도 거두었습니다.

우유 만화캠페인의 성공은 단순히 우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개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캠페인이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 사이에서는 우유를 마시는 것이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닌 재미있는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영향 : 이상의 세 가지 캠페인은 모두 일상적인 물건이나 환경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란 학생 식당은 노란색 페인트로, 두 손 지킴 장갑은 작업용 장갑에 그림을 그려 넣어, ‘만화 우유는 우유병에 만화를 그려 넣어 각각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이러한 접근 방식은 처음 소개한 것과 같이 '넛지(Nudge)' 이론과 맥을 같이 합니다. 세 캠페인 모두 대상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익캠페인을 기획할 때 거창하고 복잡한 전략보다는 때로는 일상 속 작은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캠페인들이 더 많이 등장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료 및 사진 출처]

1. 노란 학생식당
참조 : 이노사이트 - 노란 급식실에 숨은 효과
참조 링크 : https://innosight.innocean.com/global/%EB%85%B8%EB%9E%80-%EA%B8%89%EC%8B%9D%EC%8B%A4%EC%97%90-%EC%88%A8%EC%9D%80-%ED%9A%A8%EA%B3%BC

2. 두손지킴 장갑
참조 : 장갑으로 전하는 안전 메시지,,, 대학생들이 만든 노동자를 위한 캠페인, 닷뉴스
참조링크 : https://www.safety1st.news/news/articleView.html?idxno=6041

3. 우유만화
참조 : 우유병에 '만화' 넣자, 아이들이 달라졌다"95%가 깨끗이 비워", 브랜드브리프
참조링크(1) : https://www.brandbrief.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56
참조링크(2) : https://www.youtube.com/watch?v=YBCYwr-wyD4&;t=21s




 


작성자 : 얼대왈 / 작성일 : 2024.11.22 / 수정일 : 2024.11.25 / 조회수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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