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까요? (2)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30 / 수정일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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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까요? (2)

 

 

㈜모나드움 김숙희 공동대표


4. 비폭력대화는 구체적인 대화의 기술이 있습니다. 

(이미지 제작 : 저자)
(출처 : https://skolande.se/material/)

연결과 연민으로 향하는 구체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연결하며 대화해야지’라는 말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Marshall B. Rosengerg(마셜 로젠버그)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이라는 4가지 요소를 고안했습니다.

평가대신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그대로 관찰해보세요.
생각대신 느낌에 관심을 두세요.
수단과 방법 대신 욕구를 궁금해하며 의식해 보세요.
강요대신 부탁을 상상해보세요.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지도이자 나침반이 되는 4가지 요소를 믿고 따라 가라고, 당신에 관한 4가지 요소를 말하고 상대에 관한 4가지 요소를 들어 보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연민과 연결, 나 자신과 상대에 대한 이해에 도착하고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비폭력대화에는 ‘솔직하게 말하기와 공감으로 듣기’라는 두 측면이 있는데, 마셜의 말을 빌면 ‘솔직하게 말하기’는, ‘자신의 여린 면을 내보일 수 있는 능력’입니다. 
비폭력대화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가슴 안쪽에서 느껴지는 ‘슬프다, 아프다, 막막하다’와 같은 느낌과 내가 원하는 필요 ‘사랑, 관심, 배려’와 같은 욕구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지금 아픈데, 그 이유는 내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며 그립기 때문’이라는 말이지요.

상대에게 이 말을 표현한다고 상상하면 어떤가요?
거북하고 꺼려질 수 있습니다. 이 여림을 드러낼 때 우리가 가진 권위나 통제력을 잃게 될까 두렵고, 강인한 이미지로 안전하게 자기를 보호하려는 습관의 영향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대의 가슴안에서 4가지 요소를 공감으로 들을 수 있으면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표현도 조금 더 쉬워지구요. 
“다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람들이 덜 위협적으로 보일겁니다.”
마셜의 이 말에 동의 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성이 확인되고 그러면 몸에도 저절로 안심이 찾아 오기 때문입니다.
   
올 5월, 한국NVC출판사에서 ‘마음이 길이 된다’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의 강사인 5명의 동료들과 제가 저자인데, 십여년 이상 훈련해 온 이 도구가 각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쉽고 편하게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비폭력대화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의 오래된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습관을 바꾸려면 시간과 정성과 연습이 필요하다.”
비폭력대화를 한국으로 소개한 캐서린 한 선생님의 추천글입니다.
4가지 요소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폭력대화를 처음 배우고 느꼈던 희망도 몸에 배어 있는 습관앞에서 좌절되고,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의문과 혼란, 무력감이 찾아 오기도 합니다. 비폭력대화를 훈련하는 동안 모두가 겪는 어려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연습을 이어가고 내 안과 밖에서 새로운 풍경들을 거듭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 그들이 있는 공동체 덕분입니다. 
목이 길어서 심장이 가장 발달했으며, 가시를 침으로 녹여서 먹을 수 있는 기린은 비폭력대화의 상징입니다.
4가지 요소로 당신 안의 여린 면을 내보이며 ‘당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온전히 경험하고 말할 수 있는’, 그것이 있는 그대로 들리는 맛을 선사하는 이런 공동체를 기린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5. 공동체에서 평화로운 대화하기_새로운 말을 공유하고 함께 훈련하세요. 
(출처: https://skolande.se/material/)

조직과 공동체에서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지 궁금해하며 물으십니다. 기술과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이런 예시를 들어볼까요?

(출처 : 모나드움)

직장에서 동료 혹은 상사로부터 
“왜 그걸 못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1) 습관적으로 하려는 반응을 멈추고 그런 말을 들은 내 안쪽이 받은 영향에 주의를 보내세요.
2) 생각과 느낌을 알아차리세요.
   ‘무시하는 거야 뭐야. 맨날 저런 식이네. 누군 못하고 싶어서 못하나. 내가 능력이 없으니 이런 대접을 받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어깨가 긴장되고 가슴은 위축되고, 기운 빠지는’ 이런 느낌을 느끼고 있구나.
3) 알아차린 것들을 그냥 수용해주세요. 바꾸려고 하지 말고, 억지로 좋아하거나 혹은 밀어내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끄덕, 끄덕’ 알아주세요. 
4)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뭘까, 궁금해 해보세요. 욕구를 의식해 보세요. “어려움들이 있다는 걸 이해 받고, 관심과 따뜻한 지원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 내 욕구 그대로 깊이 인정하고 수용해 주세요. 

이런 나의 내면을 내가 먼저 충분히 알아주면 가슴 안쪽에 작은 여유와 평화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위의 그림처럼 자기 욕구를 돌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 구체적인 부탁을 떠올려보고, 실제로 조직 운영방식으로 제안해 볼 수도 있고, 원한다면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한 측면인 솔직하게 자기를 표현해 봅니다.
“이해와 따뜻한 지원이 필요한데 ‘왜 그걸 못해요?’ 라고 하시니 위축도 되고 기운이 빠집니다. 먼저 저의 어려움을 이야기 해도 될까요? 어떠세요?”
물론 자기 표현을 시작할 때는 판단이나 강요가 아니라 관찰로 시작하는 것을 기억하고, 상대가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도록 내 느낌과 욕구를 명료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충족할 수 있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알려줄 때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구요.
대화를 돕는 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완벽한 NVC기술도 서로에 대해 연결하거나 이해해보려는 의도가 없다면 상대로부터 협력의 마음을 불러오기 어렵습니다. 상대와의 연결을 향해 반보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나를 표현하기 전에 이렇게 상대를 공감하며 물을 수도 있습니다.
“예정대로 진행이 안되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불안하신가요?”
“협력이 매끄러워서 일이 예측대로 진행되기를 바라셨나요?” 

저는 다시 한강 작가의 소설 속 문장을 나누고 싶습니다.
“건강해 보여도 방심할 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횃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1)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2) 

소설 속에서 뿐만 아니라 비폭력 대화 교육 중에도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저는 제 감정을 잘 몰라요. 그래서 표현도 서툴구요. 너무 혼란스럽네요. 내 느낌이 어떤지, 내 욕구가 어떤지 묻는 이런 질문이 낯설어요.”
‘살아야 한다, 이겨야 한다, 지켜야 한다, 돌봐야 한다, 잘 해야 한다, 버텨야 한다, 잊어야 한다, 싸워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일해야 한다…~해야만 한다’는 말은 생존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자꾸 견디게 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없게 합니다. 
어느 날 번아웃이 오고, 공동체를 떠나고, 약한 고리에서 터져 나온 자신의 비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스스로를 못마땅한 사람, 부족한 사람으로 대하며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됩니다.
‘~해야만 한다’는 조건화 된 사회적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품고 본능적으로 견뎌왔던 수많은 시간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생명과 단절되어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랑도 의식하지 못하는 고통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나누는 대화의 질을 목격해 보세요.
판단과 비난, 강요가 오가는 대화는 서로의 신념을 돌처럼 던지는 일이며 공동체 안을 냉기로 채웁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정말 깊은 진실을 보거나 보여주기 쉽지 않잖아요. 친구와 밥을 먹다가 나는 요즘 산다는 게 뭔지 생각하고 있어. 라고 고백하기 어려운 것처럼. 꺼내기 쉽지 않지만 표현 아래에서 우리를 흔드는 중요한 감정들, 깊은 의문들, 감각들을 문학이 다루면, 그걸 읽는 사람들은 문득 자신 안에 있던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3)
문학을 통한 한강 작가의 꿈처럼 저도 꿈을 꿉니다. 공동체 안에서 신념이 부딪힐 때, 다른 견해와 다른 방식을 만날 때, 그 신념들은 어디서 왔는지, 그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삶이라는 것을 궁금해하며 서로에게 문학이 되어 주는 말과 대화가 있는 공동체를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발 딛고 있는 공동체로부터 출발하는 공익의 구현입니다.

밑줄을 그어두고 가끔 들춰보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전에 서리가 내린 아침 길을 걷다가 뱀을 여러 번 만났는데, 이 뱀은 추위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한 채 햇빛이 자신의 몸을 녹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뱀이 아직도 동면 상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만약 참다운 봄의 기운이 자신을 깨운것을 느낀다면 그들도 반드시 일어나 높고 영묘한 생활을 지향할 것이다."4)

‘~해야만 한다’라는 동면상태의 부분을 햇살처럼 따뜻한 주의를 비추어 삶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폭력대화의 방향입니다.
당신이 속한 공동체나 조직에서 ‘~해야만 한다’는 메세지를 당신 안에서 혹은 상대에게서 발견할 때 그곳을 향해 따뜻한 주의를 보내어 삶이 다시 흐르게 하세요. 
그 신념안에 담긴 숨겨진 진실, 우리가 겪고 있는 느낌과 욕구를 보아주세요. 그렇게 함께 훈련하세요.
기린 공동체는 빨리 해결하고 싶은 조바심을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친절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해결보다 연결이 먼저입니다.”
내 가슴을 돌보고 상대의 가슴을 돌볼 때 기꺼운 해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6. 공동체에서 평화로운 대화하기_작은 감사가 물처럼 흐르는 기린 공동체
(출처 : https://www.krnvcbooks.com/)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감사의 아름다움에 관한 것입니다.
기린 공동체에서는 감사하는 이유를 알고 함께 기뻐하기 위해 4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작은 감사가 물처럼 흐릅니다.
“당신이 아침마다 미소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주어서 자주 긴장이 풀립니다. 이 곳이 안전하다고 느껴져요. 고맙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풀 죽어 있는 나에게 당신이 그 날, ‘괜찮아’ 라고 말해 주었어요. 속으로 눈물이 났고,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당신이 며칠 전 회의 중에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어요.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어려움이 그 순간 가볍게 느껴지고 희망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점심에 뭐 먹을까, 여기 갈까? 라고 제안해주는 당신에게 고마워요. 내가 고민하지 않고 기대어 갈 수 있어요. 덕분에 자주 편안합니다.”
“당신 사정이 어떤지 문자로 알려줘서 고마워요. 상황을 이해하면서 협력할 수 있으니 안심이 되더라구요.”

마셜은 우리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답을 원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기쁨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의도는 오로지 그들 덕분에 충만해진 삶을 함께 기뻐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감사를 통해 삶의 새로운 방식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나는 부족하다.’ ‘삶은 각박하고 힘겹다’는 제 오랜 신념은 잃은 것, 모자란 것, 고쳐야 할 것에만 주의와 관심을 보내 가슴이 쪼그라들게 했다면 이제 무언가를 잃고 있는 순간에도 내가 누리고 있는 것, 나를 받쳐 주고 있는 것들을 향해서도 주의를 보낼 수 있게 되니 사는 것이 더 든든해졌습니다. 
수많은 차이가 공존하는 공동체는 결국 갈등의 다른 말이며, 해결되지 않는 갈등들을 품고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갈등이 파국이 아니라 연결과 해결로 향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뿐 아니라 그 상황을 목격하며 영향 받고 있는 다른 구성원들의 따뜻한 개입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 전 과정을 안전하게 겪어갈 수 있도록 홀딩하는 힘은 이미 축적해 둔 감사에서 비롯됩니다.
감사를 발견하고 자주 표현할수록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동체의 능력이 인식되고, 닥친 어려움도 더 푸근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맺음말
우리의 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까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나 자신에게, 공동체의 일원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안의 느낌과 욕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을 말하고 들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믿어보고 싶어서 비폭력대화를 계속 연습하고 지역에서도 나누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 저자, https://monadwomb.campaignus.me/ongg)
[비폭력대화를 공부할 수 있는 곳]
한국비폭력대화센터 https://www.krnvc.org/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https://www.krnvcedu.com/
모나드움 https://monadwomb.campaignus.me/

[참고]
비폭력대화, 마셜B. 로젠버그 지음 (한국NVC출판사)
비폭력대화NVC와 영성, 마셜B. 로젠버그 지음 (한국NVC출판사)
이미지 - 스웨덴 CNVC 인증트레이너 마리안고슬린 비폭력대화 교구

한국NVC출판사 감사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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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강 작가 – 작별하지 않는다
2) 한강 작가 – 채식주의자
3) ​[한강 단독 인터뷰] “고단한 날,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전문], 김유태 기자, 매일경제, 2024.10.11.
4)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30 / 수정일 : 2024.11.30 / 조회수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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