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교육부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교육부 폐지의 골자는 연방 정부의 지원을 축소하고, 주정부가 교육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교육부 폐지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는 뉘앙스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전에 미국의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성격을 간단히 정리 후 미국 교육부 폐지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역할
현재 미국에 대한 뉴스를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연방정부, 주 정부입니다. 미국이 연방 정부를 지향하게 된 배경을 보면 영국의 폭정에 반발로 일어난 사건이 미국의 독립 혁명입니다. 그래서 건국 초기 미국의 정부 조직 체계는 권력 분산에 핵심을 맞추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추대하였으나, 우리나라처럼 행정과 입법, 군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는 권력의 상징은 아니었죠. 오히려 주의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가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서명한 교육부 폐지 행정명령도 미국 의회(상원과 하원)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역할을 상세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방정부는 권력분립의 원칙(seperation of powers)에 따라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구분하여 견제와 균형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연방법에 따라서 법을 수립 및 집행하고 있죠. 주정부는 연방정부에 관할된 사안과 주정부의 권한으로서 명시하지 않은 사항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주정부가 담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예: 학교, 보건, 도로, 도시개발, 농업 조성 등)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도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일반목적 지방정부(general purpose local government)와 특별목적 지방정부(special purpose government)로 구분됩니다. 지방정부도 각각의 주 헌법에 의해 신설 및 권한을 규정하고 있죠.
앞서 제시한 것처럼, 학교(교육)은 주정부 단위에서 처리가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교육부 폐지의 역사
미국의 교육부 폐지를 외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0년 대선을 앞두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교육부와 주택도시개발부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현재 상황과 비슷하게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레이건 대통령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죠.
역사적으로 공화당은 교육부 창설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교육부의 문을 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공화당은 교육과 주택에 대한 문제는 연방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주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었죠.
그러나 카터 대통령 이전부터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회보장, 교육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보장 서비스 도입을 전담하는 The Federal Security Agency(FSA)를 설립 후 보건교육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Education, and Welfare)를 발족하였습니다. 이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겨냥하고 연방정부가 교육을 담당하겠다고 발표해서 공립학교 교사 조직인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NSA)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물론 미국 정치인들은 존 F.케네디 대통령은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공립학교의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표심을 얻기 위해서 공립학교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죠. 심지어 NSA는 미국 최대의 교사 노동조합으로 성장하여 무능한 교사를 해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복지국가를 지향한 린든 존슨 대통령 덕분에 복지, 교육, 주택 예산의 증가를 달성했죠. 특히 초중등교육법(ESEA)을 통해서 미국 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출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교육에 대하여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관계 조정과 변화,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 대한 평등한 대우 요구, 저소득층 아동의 읽기와 수학 능력 향상 등 교육과 복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미 카터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의 교육부 설치 공약으로 인해 현재의 교육부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부 폐지 이유
왜 트럼프는 교육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요? 구체적인 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OECD의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읽기와 과학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지만, 수학은 OECD 평균 이하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미국 학생들의 역량 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OECD, PISA 2022 Results - United States
다만, PISA 결과 하나만으로 교육부 폐지라는 정책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학교 선택(School choice)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수 목적고(외고, 과학고, 예술고)와 마이스터고, 직업계고를 제외하고 모두 일반 교육을 받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학생과 가족들이 공립 학교에 다닐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학교 선택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미국에서 교육이란 국가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부모, 학생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교육과 매우 다른 맥락입니다. 게다가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형평성, 다양성 등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개념들이 교육과정에 제시되면서 교육 정책, 철학, 가치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이 있었던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참고 기사 | BBC: 트럼프의 '성별은 오직 2개' 정책이 전 세계에 의미하는 바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교육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바꾸고, 다양성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폐지하더라도 주정부에서 교육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부 폐지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일론 머스크가 관장하는 정부 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에서 미국 국제개발청 대량 해고부터 여러 부처(Department)에 성과보고를 요구하고 있죠. 일부는 미국의 교육부 폐지도 DOGE의 영향력으로 인한 효과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관세, 교육 등에 대한 현상들은 오랫 동안 미국정치와 사회 내에서 논쟁이 있었던 사항들입니다.
참고 기사
미주경제 - 교육부 폐지 꾸준히 제기된 이유
한국NGO신문 - 트럼프가 교육부를 폐지하려는 이유?
게다가 트럼프의 행보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넘어서 종교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트럼프의 행보 중 낙태, 기후변화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종교계에서 논의 및 옹호하는 입장을 부정하고 있죠. 오히려 미국이 함께 대응해야 할 악으로 정의하여 일부 극단적인 종교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의 행보는 더욱 복합적인 시각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이옥연, 미국의 연방주의: 탄생과 유지의 비결
이현우, 미국의 정부형태별 역할분담과 지방재정구조 분석 시사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