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들이 사업을 기획하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NPO스쿨의 이재현 대표가 ‘활동가의 사업기획 ABC’를 주제로 연재합니다.
[연재 목차]
(1) 공익활동가를 위한 사업기획의 기초
- 공익적 관점으로 구상하는 사업기획
- 기획서, 계획서, 제안서의 차이
- 좋은 사업기획, 나쁜 사업기획
(2) 단체의 미션·비전과 사업의 연결
- 단체의 미션·비전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
- 미션·비전과 사업의 브릿지, 전략목표
- 공익활동을 기획한다는 진짜 의미
(3) 명분과 타당성을 부여하는 분석 기법
- 기획서를 돋보이게 만드는 분석 기법
- 사업포트폴리오 분석 방법과 도구
- 개별사업 분석 방법과 도구
(4) 활력있는 사업의 실행과 평가
- Plan-Do-Check의 순환고리의 비밀
- 성과관리 이론과 성과평가 이론 비교
- 논리체인으로 적용하는 평가측정의 실제
(5) 결과보고서 작성법과 사례
- 좋은 보고서는 좋은 기획서로부터
- 설득력 있는 기획서 및 보고서 작성법
- 실무에 바로 적용가능한 보고서 탬플릿
(4)-1 활력있는 사업의 실행과 평가(기획과 평가의 관계)
사업이 실행의 단계로 접어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획을 통해 도출된 계획서대로 모든 것이 움직여지기를 바라는 담당자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변화가 많고 기대와 다른 결과가 예견될 때도 있습니다. 작은 변동 사항은 스프린트 미팅이나 커피챗을 통해 조정하면 되지만 중대한 변동 사항이라면 대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기획의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차라리 제대로 된 사후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학습하는 일이 훨씬 현실적일 겁니다. 이렇듯 기획, 실행, 평가를 하나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때 평가를 통한 환류는 차후 기획의 견고함을 위한 필수가 됩니다.
사업 담당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는 평가 단계에 도달해서야 성과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온전한 평가란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고민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기획을 재정의한다면, 기획이란 단순히 목적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이 아니라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사전에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 종료 후 성과가 부재한 이유는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기획단계에서 미리 구상해 볼 수 있는 성과관리는 어떠한 접근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목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 MBO)는 기획 단계의 성과관리에 있어 대전제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성과관리의 핵심이라는 관점이 MBO의 관점입니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목표를 내재화할 수 있고, 내재화된 구성원들은 능동적인 실행을 선택하며 명료한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1950년대 MBO를 주창한 피터드러커의 통찰은 당시 지식산업 등 비제조업 등지에서 창출되는 무형의 성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에 의해 구체화된 이 관점은 오늘날 비전 체계나 전략 체계라는 이름으로 외연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모호한 목표를 실질화하라는 SMART 기법이나, 핵심성과지표를 별도로 설정하라는 KPI, 재무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균형 성과지표가 필요하다는 BSC, 성과 목표를 설정한 후 그 필수 요인을 도출하라는 OKR의 공통점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때 성과도 커진다는 세계관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이런 접근이 전사 차원의 목적 목표를 관리하기 위해 탄생했기에 개별사업 적용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비영리단체의 목표와 성과 모두 추상적 성격을 내포합니다. 때론 모호하거나 막연한 개념처럼 취급되기도 합니다. 성과를 뚜렷하게 정의하기 위해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MBO의 관점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요. ‘이 사업을 왜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답하는 것이 MBO가 기획 단계에서 제일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이 과정을 문제정의라고 볼 때 문제정의를 돕는 사전단계가 환경분석임을 앞 챕터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문제를 어디까지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서술이 사업의 목적과 목표에 해당합니다. 나열된 목적 목표를 중요도순으로 정렬한다면 사업의 핵심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흐름에 구체성을 더하겠다면 OKR 적용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설정한 성과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상해 보는 일입니다. ‘이 결과를 나오려면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를 계속 구상하며 인과관계의 조감도를 확장해 가는 일입니다. 이런 식의 논리구조는 어떤 사업이라도 결국 조직의 미션 비전과 연결되어 사회 변화라는 공익에 기여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사업의 중장기 방향을 확인하고 나아가 성과의 기대치에 엉뚱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성과를 고민한다는 뜻은 무엇이었을지 다시 곱씹어 봅니다. 기획 단계에서 성과를 상상하고 평가 단계에서 차후 기획의 개선점을 상상하는 일이 사업의 고도화라면 매년 반복되는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일까요, 평가일까요? 평가 단계에서 성과 평가만으로 그치지 않고,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교훈과 시사점을 얻고자 하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 아닙니다. 기획에 사용한 시간과 자원만큼 평가에도 투입하고 있는 영미권 단체의 일하는 방식이 우리 현장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