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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도시의 역사이다.

작성자 한종택 등록일 2025-11-16 조회수 107
활동직무 기타 활동분야 문화/예술/체육 도시/재생/주거
자료출처 기관/단체 자료형태 문서

최근 서울시는 종묘 앞에 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세운 4구역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시는 대법원이 해당 사업을 적법하다고 판결한 점을 근거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 인근에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는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가 발송한 공문에 대해 서울시가 “영어로 작성된 공문이라 해석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변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이후 국문 번역본을 추가로 전달했지만, 서울시가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한겨레. 서울시, 유네스코 종묘 외교문서영어라 의미 몰라황당 회신

 

왜 정부는 서울시의 재개발 대책에 대하여 강경하게 대응할까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보호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김포 장릉 검단신도시 아파트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사태에서도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훼손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민간 개발과 건축으로 인한 문화재의 가치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재조명한 사례였습니다.

또한 풍납토성 보존을 위해 아파트 지붕의 형태를 변형하여 완공한 사례 등도 문화재 보존 정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출처: 위키트리

 

다만 아파트와 재건축 등의 재개발 사업은 민간 건설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상가 임대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까지 얽혀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합니다. 세운4구역 재개발 역시 약 20년간 논의되었고, 올해에서야 사업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지역 상인과 주민에게 환경 개선부터 경제적 이익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재와 도시의 관계

그렇다면 문화재의 보존은 도시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줄까요? 건축공간연구원의 심경미 박사는 도시 내 문화재의 보존은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문화재 보존과 도시재생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죠. 심경미 박사는 문화재의 활용은 도시재생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적어도 도시재생에 필요한 제도적 요인으로서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 더블린에 위치한 템플바(Temple Bar)는 오래된 건축 문화재와 도시재생이 서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건물은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1259년 경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수도원으로서 사용되었고, 1600년대 윌리엄 템플이 이 건물을 사용하면서 그의 이름(Temple)에서 이 바의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영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 중에서 맥주 바(bar)를 방문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명소로 손꼽힙니다. 구글에서 ‘더블린 템플바’를 검색하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핫스팟은 물론템플바’를 중심으로 형성된 템플바 스트리트에 대한 후기들은 ‘템플바’라는 건축문화유산이 지역 경제 및 도시 재생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심경미 박사는 오래된 건축문화유산은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의 정체성, 특징, 개성을 살려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템플바는 템플바 스트리트를 조성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지역의 특성과 개성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여행자들로부터 전통 펍의 모습을 지켜주는 역할과 더블린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맥락에서 문화재는 단순히 역사적 가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넘어 국가, 도시,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종묘 역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종묘대제 행사에선 외국인을 위한 안내를 담당할 다국어(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가능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국제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출처: 국가유산청

 

 

경제냐 아니면 문화재냐

도시 내에 존재하는 문화재가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주는 아파트 한 채를 올리기 위하여 땅을 파는 순간부터 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농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화재는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문화재를 보존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신과 철학 등이 내재된 것을 보존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국가 전체가 문화재라고 불리는 이집트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해수면이 상승하자 피라미드, 신전 등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하여 대규모 이전 공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집트는 문화유산을 관광 자원으로서 활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이 곧 국가 경제 유지라는 명분에서 실시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슈카월드. 이집트 대()신전 이동 프로젝트 (어이 김씨~)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재개발 사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 국무총리까지 직접 종묘를 방문해 입장을 발표한 것 또한 종묘의 가치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국가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본 식민 지배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 철거를 지시하였죠. 조선총독부 철거 후 첨탑과 부자재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가장 외진 서쪽 구석에 둔 것 역시 조선총독부 건물이 가지는 의미, 역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종묘와 세운4구역의 재개발이 정치권의 논란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재개발을 기다려온 분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 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도시의 정체성, 서울의 상징으로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