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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당신 옆의 공익활동 모임 후기] 노원 인권수다 : 일상의 불편함을 인권의 언어로 기록하다

작성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등록일 2026-07-29 조회수 28
모집기간 -

2026 상반기 당신 옆의 공익활동은 학습조직형 커뮤니티 5팀, 활동조직형 커뮤니티 14팀 등 총 19팀이 활동하였습니다. 각 모임이 스스로 설정한 활동 목표와 계획에 따라 3~5회차의 정기 모임을 통해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쳤습니다. 각 모임에 참여한 공모원들의 후기를 통해 당신 옆의 공익활동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커뮤니티 명 : 노원인권수다

📌  모임 유형 : 활동조직형

✏️  후기 작성자 : 박미경 공모장

 

“이거 나만 불편한가?”에서 시작된 인권수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해?”에서 “우리의 문제”로 : 노원인권수다모임 <환대>

 

노원인권수다모임 <환대>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한 불편함과 차별의 경험을 편안하게 나누고, 이를 개인의 속앓이가 아닌 우리 지역의 인권 의제로 확장해 보기 위해 시작한 모임입니다.

 

인권은 흔히 법이나 제도, 거대한 사회문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한 것은 아파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가로막은 차량, 휠체어나 유아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보도 위 장애물, 여성 1인 가구가 느끼는 밤길의 불안, 경비·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처럼 주민의 삶 가까이에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노원에서 자주 가는 곳, 좋아하는 공간, 노원에서 살며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일상을 알아갔습니다. 인권자람작은도서관과 더숲, 당현천, 학교, 놀이터, 카페 등 저마다 애정을 가진 공간은 달랐지만, 참여자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네에 대한 애정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꾸고 싶은 지역은 결국 우리가 좋아하고 오래 살아가고 싶은 지역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이거 나만 불편해?”를 주제로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과 차별의 순간을 포스트잇에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였던 경험들이 하나둘 모이자 노동, 여성과 안전, 돌봄, 장애와 이동권, 공동체 등 분명한 인권 의제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참여자가 직접 찍어 온 아파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사진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밤이 되면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쉽게 밀려나는 현실을 보며, 참여자들은 “내가 예민해서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혼자 품고 있던 불편함이 함께 이야기될 때, 그것은 지역을 바꾸는 인권 의제가 되었습니다.

 

<1회차 모임 사진>
 

첫 모임을 마치며 참여자들은 ‘집단지성’, ‘준비위원회’, ‘설렘’, ‘수다’, ‘시작’이라는 단어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할 때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을 듣곤 했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를 공감하고 함께 말해 줄 든든한 뒷배가 생긴 것 같다”는 소감이 오래 남았습니다. <환대>는 어떤 이야기든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안전한 공간이자, 서로가 서로의 뒷배가 되는 관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좋은 질문과 경청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다

 

두 번째 모임은 《말의 민주주의》의 저자 노수현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기록 글쓰기 워크숍으로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주민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질문 목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어땠어요?”와 같은 모호한 질문에는 “별일 없었어요.”라는 짧은 답이 돌아오기 쉽습니다. 좋은 인터뷰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 속 핵심을 발견하고 상대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술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고, 어려운 말 대신 생활 언어를 사용하며, 침묵도 생각으로 가득 찬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 상대의 말을 빼앗지 않고 충분히 기다리는 것이 인터뷰의 기본이었습니다.

 

노수현 작가는 지식이 나무이고 기술이 열매라면 태도는 그 모든 것을 키우는 밭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을 대할 때 드러나는 모습이 나의 진짜 태도라는 이야기는 참여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자료를 만들고, 출석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노수현 작가는 이 모든 것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대를 내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단정하기보다 한 발짝 씩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제안하고, 말하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듣는 것 자체가 인권을 실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노수현 작가와 함께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법을 배우며, 인권을 '기록하는 방법'보다 '사람을 만나는 태도'를 먼저 배웠습니다. 좋은 질문은 사람을 연다는 말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2회차 모임 사진>

 

 

기록집에서 일상의 인권 굿즈로

 

당초에는 참여자들의 사진과 에세이, 인터뷰를 모아 주민 기록집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진행하면서 한정된 기간 안에 충분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완성하기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쉽고 친근하게 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의해 사업의 취지인 ‘시민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나누는 일’은 유지하되, 결과물을 인권엽서·인권책갈피·인권스티커로 전환했습니다. 처음 계획과는 다른 형태였지만, 주민들의 이야기와 모임에서 나온 언어를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나눌 수 있는 결과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민들이 직접 보내준 사진과 문장, 디자인을 바탕으로 인권엽서·인권책갈피·인권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인권엽서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사유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한 ‘차별받지 아니한다’, 상계보람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승계 투쟁 현장과 함께한 ‘존엄에는 계약기간이 없습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통해 이동권을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뒷면은 실제로 편지를 써서 보낼 수 있도록 구성해, 인권의 메시지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했습니다.

 

책갈피에는 “함께 웃는 세상은 인권에서 시작됩니다”, “차별은 멈추고 존중으로 시작하세요”, “다름을 안을 때 세상은 더 넓어집니다”와 같은 주민들의 문장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와 세계인권선언 제1조를 담았습니다.

 

인권스티커에는 ‘환대’, ‘존엄’, ‘우리의 뒷배’, ‘사람이 먼저입니다’, ‘당신의 권리는 안녕한가요?’ 등 모임에서 나눈 언어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제작물에는 글과 사진, 디자인에 참여한 주민의 이름을 기록해 결과물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드러냈습니다.

 

 

수다에서 기록으로, 기록에서 다시 만남으로

 

이번 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확인한 것은 인권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불편하다”, “이상하다”, “왜 이래야 하지?”라는 생활 속 질문이 인권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혼자 말할 때는 투덜거림처럼 취급되던 경험도 함께 이야기하고 기록하면 지역사회가 살펴야 할 공익 의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단순한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기록자이자 활동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굿즈는 자람의 모임과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나누고, 겨울에 열릴 노원 인권·민주주의 시민축제에서도 전시할 예정입니다. 한 번의 공모사업 결과물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대화를 여는 매개로 활용하려 합니다.

 

<환대>라는 이름처럼 앞으로도 판단하거나 가르치기보다 서로의 경험을 안전하게 꺼내 놓고, 경청하며,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가는 월례 모임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환대>는 돌봄, 주거, 노동처럼 인권 의제를 분야별로 나누기보다, 노원에서 추진되는 정책과 주민들의 일상을 인권의 관점으로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하나의 정책 안에도 노동, 여성, 장애, 아동, 안전, 공동체 등 다양한 인권의 가치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과 함께 노원구의 정책과 현장을 인권의 기준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카드뉴스 등으로 시민들과 공유하며, 필요할 경우 정책 제안으로까지 이어가는 지속적인 시민 참여 활동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두 번의 짧은 모임과 굿즈 제작만으로 지역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불편함을 ‘너무 예민한 것’으로 밀어내지 않고, “왜 그런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고 응답하는 관계가 생겼습니다. 이번 활동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결과는 책이나 굿즈보다도, 서로의 말을 믿고 지지해 줄 사람들이 연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혼자 외치면 사소한 말로 흩어질 수 있지만, 함께 말하면 기록이 되고, 기록은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합니다. 노원인권수다모임 <환대>는 그 작은 연결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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