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생생한 강연 후기를 전달합니다. <세 번째 공익활동> - 주제: ‘플리'도 공익활동이 될 수 있다? - 음악과 민주주의, 저항의 노래들
- 연사 : 배순탁 음악작가(음악평론가,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 후기 작성자: 이상림(서울그린트러스트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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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공익활동을 다양한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을 운영 중이다. 그 세 번째 강연에서는 음악평론가이자 라디오 작가로 활동 중인 배순탁 작가가 <플리도 공익활동이 될 수 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
| 음악과 공익활동의 접점에 관한 이야기
이번 강연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배순탁 작가의 유명세나 단순한 팬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플리도 공익활동이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이 나에게 매우 구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홍보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나는, 입사 이후 ‘공원 플레이리스트’라는 콘텐츠를 기획해 1년 반째 운영 중이다. 도시숲이라는 낯선 주제를 음악이라는 친숙한 매개로 연결해보고자 했고, 문화예술과 환경이라는 분야를 결합하여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강연이 열린 강의실에는 Frank Sinatra 「My Way」, 영화 <라붐>의 「Reality」, <사랑과 영혼>의 「Unchained Melody」와 같은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연은 음악이 어떻게 우리 삶에서 관계를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특히 음악에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음악적 무쾌감증’이라는 개념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전 세계 인구의 5~10%가 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대중문화는 관계 속에서만 즐길 수 있다”, “음악의 본질은 결국 관계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음악은 개인의 취향과 감성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대, 환경,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타인과 함께 소비하고 공감하는 문화라는 설명에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올드팝이나 90년대 발라드를 따라 부르며 감상했고, 이후에는 또래의 문화 흐름에 따라 K-POP에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 변화 또한 ‘관계’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하루에 최대 15만 곡의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 방대한 음악의 세계에서 내가 접하게 되는 곡은 고작 수십, 수백 곡일 것이다. 음악의 수는 마치 별처럼 무한하지만, 그중에서 나의 감정과 연결되는 곡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음악은 ‘우연한 발견’이 주는 감동이 있다.
인간만이 음악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실험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경험은 감정적 공명을 일으키며, 결국은 타인을 이해하고 다정해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결국 공익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다정한 표정으로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아울러 이날 강연의 메인 주제였던 음악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만들고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저항의 목소리이기도 했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독재정권 시절, 한국의 록 음악 1세대인 신중현은 정권에 의해 찬양곡을 만들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나는 조국을 찬양할 수는 있지만, 당신을 찬양하진 않겠다”라는 뜻을 밝혔고, 그 결과로 발표한 곡이 바로 「아름다운 강산」이다. 이 곡 이후 신중현의 음악들은 금지곡으로 묶였고, 방송 출연 또한 제한받는 탄압을 받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정서를 대변하며 저항의 목소리를 전했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철학적 가사와 실험적 사운드로 체제 비판을 해왔던 영국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도 함께 언급되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를 통과하며 듣는 이의 감정을 건드릴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적 흐름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학, 영화, 철학, 음악 등을 읽고 듣고 배우는 건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이에요.”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감각이 공익활동의 출발점이라는 말이었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며 가장 많이 느끼는 피로감 중 하나는, 이견에 대한 이해가 아닌 분열과 혐오로 가는 흐름이다. 공익활동은 그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려는 작고 단단한 몸짓일지도 모른다.
| 예술은 수단이 아닌 공익 그 자체일 수 있을까?
강연을 들으며 떠올린 질문은 이것이었다. 문화예술은 공익활동의 수단이 되는가, 아니면 그 자체로 공익이 되는가? 배순탁 작가의 강연을 통해 나는 그 답을 명확히 얻을 수 있었다.
예술은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공익을 실현할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고, 사유의 폭을 넓히고, 다정함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공익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공교롭게도 사전 질문으로 제출했던 “작가님이 오랜 시간 음악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도 현장에서 소개되었다. 그에 대한 작가님의 답은 이랬다.
“낯선 것에 관한 호의와 호기심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억지로라도 호기심을 갖고 이어가다 보면, 그 억지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게 돼요. 그렇게 환희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거죠.”
공익활동이라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어려운 지점에 놓여 있다. 그만큼 방향을 잃기도 쉽고, 혼자 남겨진 듯한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억지 속의 호기심’이라는 말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개인적으로도 이 강연은 하나의 응원으로 남았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을 오래 믿어왔지만, 그 다정함이 때로는 오해되거나 ‘오지랖’과 같은 비효율로 여겨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지금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공익활동은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작은 다정함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됐다.
| 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에서 흐른 플레이리스트
강연 전후로 흘러나왔던 곡들과, 이야기 중간에 언급된 음악을 정리해 보았다. 공익과 예술, 관계와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보길.
Frank Sinatra - My Way | Richard Sanderson - Reality |
The Righteous Brothers - Unchained Melody | Elvis Presley - Hound Dog |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 Bob Marley & The Wailers - No Woman, No Cry |
The Police - Every Breath You Take | The Cranberries - Zombie |
신중현 - 아름다운 강산 | 정태춘 -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
들국화 - 그것만이 내 세상 | Pink Floyd - Comfortably Numb |
박효신 - 숨 | Coldplay - Fix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