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로고

사업소식

  • 상시
  • 사업후기

[2025 당신 옆의 공익활동] 나를 그리는 순간 모임 후기 : 나를 그리는 순간 – 미술 모임에서 마주한 ‘나’

작성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등록일 2025-07-15 조회수 121
모집기간 -

2025 당신 옆의 공익활동은 6~7월 동안 11개 모임이 각 모임 별 3-4회의 정기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각 모임에 참여하였던 공모원들의 생생한 후기를 만나봅니다!

 

- 시민모임형: 나를 그리는 순간

- 모임 운영 기간: 6월 13일 ~ 7월 4일 (총 4회의 모임)

- 후기 작성자: 하수잔 공모원

- 모임의 첫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하나의 소설처럼 스토리텔링을 해주신 하수잔 공모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오랜만에 지인 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미술관을 같이 다니는 그런 관계.
미술 모임 같은데우리 한번 신청해볼까?”
나는 무심하게 되물었다. “? ‘나를 그리는 순간’? 공모원은 무슨 말이야?”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어. 그냥 미술 모임 같던데? 참여자를 칭하는 말인가봐.”
그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그냥 배우는 미술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같이 만들어가는 모임의 느낌.
, 좋아. 일주일에 한 번이면 괜찮네. 나도 한번 신청해볼게.”

생각보다 간단하게 시작된 이 작은 모임은 한달간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며칠 뒤, 케이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판교에서 매주 삼각지역까지 오는 게 쉽지 않겠다며 고민 끝에 신청을 포기했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나는 이미 시작일만 달력에 저장해둔 상태였다. 스케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역에 내렸다. 낯설고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이름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내가 지금 제대로 온 걸까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햇살이 드는 썬큰 구조의 지하 공간과 야외 테이블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치 막 문을 연 스타트업 사무실에 들어선 기분. 공간은 모던하면서도 아기자기했고, 낯선 긴장감을 조금 덜어주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며 회의실2를 찾았다.

 

[첫째 , <나에게 > 동양화로 봄꽃 부채 만들기]

동양화 부채를 만들었다.

 

15분쯤 일찍 도착했는데, 이미 먼저 와 계신 분이 있어 조심스레 눈인사를 나눴다. 40~60대로 보이는 여성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시작 10분 전에 모두 도착해 모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조심스러운 웃음, 어색함 속에서도 느껴지는 묘한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열정적인 강사님의 철저한 준비성 덕택에 플라스틱 접시에 알록달록 짜놓은 한국화 물감, 크기별 서예 붓들, 물통으로 쓸 플라스틱 컵에 물을 채워 손쉽게 작업을 시작했다. 도안에 그려진 스케치선을 따라 가볍게 하늘하늘한 복사꽃잎에 분홍빛 색을 곁들였다. 붓을 움직여 곱게 물감을 섞어서 하얀 화선지에 칠하며 마음이 한층 화사해진다. 고사리 잎을 따라 단순히 슥슥 긋는 초록 붓질 속에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붓만 따라 움직이는데, 어느 순간 부채 한켠이 초록잎으로 채워져 있었다.

초록빛이 스며든 내 부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의 생기가 있었다.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붓을 들었는데도, 각자의 결과물은 전혀 느낌이 달라서 신기하고, 또 재미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다과 시간을 가졌는데, 다소 급하게 공지되었던 이 시간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몇몇은, 나를 포함해, 아쉽게도 케이크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둘째 날, <힘이나는 책갈피> 캘리그래피 책갈피 만들기]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의 두 번째 모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조금 더 서로가 익숙해져 있었다. 어느새 인사할 때 웃는 눈매가 더 자연스럽고, 서로의 이름을 조금씩 기억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캘리그래피를 하기위해 집에서 미리 고민해 온 문구를 꺼내들고, 붓펜을 들었다.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메세지에 힘을 실었다. 강한 글자와 약한 글자의 강약을 살리고, 대담하게 혹은 흐르듯이, 단호하게 혹은 부드럽게, 가로획과 세로획의 표정을 살려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담기도록 신경을 썼다.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주문 같기도 했다. 글씨 옆에 곁들인 작은 도안은 책갈피를 한결 사랑스럽게 만들어줬다.

이걸 연습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해도 참 좋겠는데?’ 단순하게 표현하는 글과 그림의 메세지가 마음을 끌었다.

그날 다과 모임은 골목을 돌아 조금 한적한, 마치 단독주택처럼 생긴 통창 커피숍에서 열렸다. 밝은 햇살, 나무 의자,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러나 또 다시 현실은, 나를 급하게 떠나게 만들었다. 저녁 준비에 발목이 잡혀 나와 또 다른 한 분은 음료를 마시고, 종종걸음으로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마음 한켠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담이 너무 길어지는 모임은 오랜 경험상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다.

책갈피 결과물
함께하는 티타임이 조금은 더 편안해졌다.

 

[셋째 , <나만을 위한 예술 가방> 열전사 이미지로 에코백 꾸미기]

단톡방에서 강사님이 이미지 샘플을 보여주며 에코백에 넣을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도안을 준비해오라고 했다. ‘뭘 그려넣을까?’
고민을 하며 초등학교 미술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결과물에 대해 상상하며 내심 작가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누구는 자화상을, 누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로고를 변형해서, 또 누구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표지를 도안으로 가져왔다. 나를 나타내는 그림이라는 느낌이 좋았다.

강사님은 신기한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도안을 편집하고 출력해줬고, 보조 선생님이 도와주며 완성된 색지를 다림질로 옮겨 에코백을 완성했다. 어렵고 복잡할 것 같았지만, 함께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작업 중간에 음료와 샌드위치를 함께 사와서 먹으며, 우리의 공간은 든든하게 채워졌다.

 

에코백 만들기 

 

 

[마지막 , <화날때 보는 달력> 자화상 달력 만들기]

모임의 마지막은 동양화로 자화상을 그려넣어 화날 때 보는 달력만들기.
과연, 내 자화상을 보면 화가 누그러질까?

마지막인 만큼 자화상 그리기가 쉬운 단계는 아니었다.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그대로 붓에 담는 과정의 난이도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얼굴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한지 위에 먹과 물감을 올리는 섬세한 농도 조절은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 멈칫멈칫하고 물감이 마르기를 지루하게 기다렸다가 점점 선을 넣고 색을 더한다. 차츰 익숙한 윤곽이 보인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낯설면서도 익숙한 내 얼굴, 그 얼굴을 그리며 나를 더 들여다본다. 조금은 쓸쓸해진 눈빛, 조금은 깊어진 입가 주름.
그 삶의 흔적을 이해하는 순간, 나에게 약간은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예술혼을 불태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무엇보다 마흔이 지난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그렸다는 사실이 중요한거니까.

동양화 기법으로 나를 그린다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점차 나와 마주하는 용기를 내며 선을 그려갔다.
세월을 머금은 얼굴을 그려보니, 연민과 애정이 교차했다.
개성 넘치는 자화상 달력은 모임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주었다.

자화상 달력에서 나의 얼굴을 그린 경험 

 

[그리고, 남은 마음]

나를 그리는 순간, 미술 모임은 생각보다 큰 울림을 남겼다.
함께 모였지만, 각자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소란하지 않은 대화와 고요한 창작의 몰입.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나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조금 배웠다.

삶이 지워내는 색깔을 다시 채워넣는 일.
그게 어쩌면 미술이고,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일지도 모르겠다.

강사님이 애써 꼼꼼하게 챙겨온 한국화 물감, 플라스틱 접시 팔레트, 물컵, 서예붓
분홍빛 복사꽃잎을 그리며 내 마음도 한층 화사해졌다.

한지에 번지는 물감의 느낌에 집중하며, 망설임도 사라졌다.
고사리 잎을 한 땀 한 땀 그려나가자, 초록빛이 내 마음을 물들인다.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렸는데도 각자 다르게 나온 결과물을 보며 우리모두는 이렇게나 다르구나 감탄했다. 인간의 다양성이라는 찰스 다윈의 거대한 이론을 다시한번 깨달았다고나 할까.

 

[여운]

이 짧은 몇 주간의 경험이 내게 준 건 단순한 미술활동을 넘는 무엇이었다.
여럿이 모여, 각자 자신에게, 그리고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새삼 느꼈다.
창작과 느슨한 연결은 여전히,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