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카이브34] 플랫폼 노동자를 기술과 기업으로부터 지키는 방법
기획아카이브 / by NPO지원센터 / 작성일 : 2021.07.22 / 수정일 : 2021.07.27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택배, 배달 등은 물론이고 과외, 번역 등의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이 급증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7.4%에 이르는 17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요. 34번째 기획아카이브에서는 최근 가파르게 성장해 온 플랫폼 노동의 국내 현황과 관련 논의를 짚어 보고,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외 입법 동향을 소개합니다. 

파편화 된 노동 시간, 보장되지 않는 최저시급

 

업계에서 흔히 “라이더”라 불리는 음식 배달기사는 플랫폼 노동을 대표하는 업종입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는 취업률과 소득이 낮은 요즘 같은 때에 강력한 유인책이 됩니다. 월급이나 시급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배달 횟수만큼 수익을 받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많이 뛴 만큼 많이 버는” 구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일을 시작하면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나 일하고 있는 지역에 따라 배차수가 크게 달라지고, 이는 곧바로 수익에도 영향을 줍니다. 플랫폼에 유입되는 노동자가 많아질 수록 소득은 줄어들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기까지 하죠. 그러나 배달 노동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플랫폼 종사자는 피고용인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혹은 일반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최저시급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점점 더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플랫폼 노동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등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 방식이나 노사 관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존 노동법과 별개의 법제가 생기는 경우 오히려 권리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2021년 2월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self-employed)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영국의 사례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플랫폼-종사자 간 “고용인-피고용인” 관계 적용 판결

택시와 유사한 승차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버(Uber). 지난 2016년 운전기사 두 명이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영국 대법원은 우버 종사자들을 피고용인으로 봐야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버는 원고를 비롯한 운전기사들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회사가 설계한 알고리즘으로 배차하고, 탑승객의 별점에 따라 노무관리를 해왔다면 이는 고용인-피고용인 관계로 봐야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우버를 통해 승차를 중개받는 운전기사들은 최저시급, 휴가수당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고 2021년 3월에는 해당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페인, 플랫폼 종사자에게 알고리즘 접근권 보장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판결에서 “알고리즘”은 주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과거에는 기술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많이 인용되었지만, 최근 판결에서는 알고리즘이 노무관리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사용자성”을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이탈리아는 음식배달을 중개하는 ‘딜리버루’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파업이나 질병 등으로 결근하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평가를 내려 업무에서 배제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지난 5월 스페인에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노동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관련 정보를 노조에게 제공해야한다는 점을 법에 명시했습니다. 배정된 일감을 수락하는 비율, 완료까지 걸린 시간, 소비자로부터의 평점 등 관련 요인들이 이후의 노동을 어떻게 결정짓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된다는 것이죠. 

국내에서는 “라이더유니온”을 주축으로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AI 배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특히 배달에 걸리는 시간을 직선 거리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도로 여건이나 교통 체증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이 과정에서 과속, 신호 위반 등을 저질러 라이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까지 위험에 빠트린다는 지적이 주요했습니다. 나아가 익숙치 않은 동네나 너무 거리가 먼 배차를 거절하는 경우, 다음 배차에 불이익이 주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실질적 해고에 이르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에도 높은 수준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죠. 


플랫폼 노동, 특히 이번 아카이브에서 주요하게 다룬 음식 배달업은 매서운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외출을 자제하라는 폭염에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과로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죠. 우리가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건 수많은 플랫폼 종사자들의 노동 덕분입니다. 그만큼 이들에게도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마련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죠. 또한 소비자로서 별점 리뷰를 빌미로 과도한 감정노동이나 서비스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번 아카이브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 제도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한겨레] 자유롭게 일한다는데…수수료 몇백원에 끌려다닐 뿐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67848.html


[고용노동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

http://www.moel.go.kr/skin/doc.html?fn=20210517155238cff32befc9224613a5ba96d50398929d.hwp&rs=/viewer/ENEWS/2021/


[경향신문] 플랫폼종사자법 공청회…노동계 “‘노동자 제3영역화’ 우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41820001#csidx2042944b4936eaa9da52d8398e8c603


[BBC] Uber drivers are workers not self-employed, Supreme Court rules

https://www.bbc.com/news/business-56123668


[경향신문] 우버, 영국 운전자 노조와 세계 첫 단협 체결..."역사가 만들어졌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05271109001#csidx7429eb3d92fb7deb009dbbd461bd129


[EL PAIS] Spain approves landmark law recognizing food-delivery riders as employees
https://english.elpais.com/economy_and_business/2021-05-12/spain-approves-landmark-law-recognizing-food-delivery-riders-as-employees.html


[한겨레] 배달 라이더들 “사심 없다는데 먼 곳 배차... 인공지능이 더 힘들어”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968328.html


[한겨레] 가라면 가? 25분 거리를 15분 안에 가라는 ‘AI 사장님’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67865.html


[한국일보] 폭염에도 음식 배달은 계속... "엘리베이터 2분이 쉬는 시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016340003532


[경향신문] "딸기주스서 침 뱉은 맛 난다, 별 1개"···별점노동의 시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70815001#csidx7d85feeb7a20d6a9c194c48c2cefb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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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PO지원센터 / 작성일 : 2021.07.22 / 수정일 : 2021.07.27 / 조회수 : 1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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