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권리: 안락사, 존엄사, 조력사를 다룬 영화들
현안과이슈 / by 우엉군 / 작성일 : 2022.04.17 / 수정일 : 2022.04.18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바다 저 편의 영화같은 뉴스가 한국에서 좋은 죽음에 대한 대화를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뉴스의 주인공은 세기의 미남 배우로 불린 ‘알랭 들롱’입니다. 이와 함께 안락사를 둘러싸고 발전되어온 논의들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권리를 시간순으로 나열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게 될 '좋은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려고 합니다. 

  



3월, 알랭 들롱의 아들인 앙토니 들롱은 프랑스 언론을 통해 “아버지가 나에게 안락사를 부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은 2019년 뇌졸증 수술을 받은 후에 스위스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락사는 프랑스에서는 불법이지만 스위스에서는 합법입니다. 자신의 건강이 더 손쓰지 못할 정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병원이나 생명 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세상을 떠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알랭 들롱은 올해 87세입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한국 사회 한 켠에서도 죽음의 질에 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효, 죄악, 반인륜 등의 낙인으로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안락사는 20여년간 존엄사와 조력사 등으로 개념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지난 2018년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법제화되었습니다. 

하나의 금기를 깨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가 낙태죄를 위헌으로 바라보는 데에도 6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니 긴 시간을 내다보고 본격적으로 좋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죽음이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건이기 때문에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소중한 사람으로 깨달으면 이미 늦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주제를 먼저 깊게 고민한 영화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죽음의 문’이 바로 앞에 있음을 알지만 선택지 없이 연명해야 하는 삶이 어떠한 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그 중 몇 편으로 여정을 시작합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2004)

32살의 늦깎이 복서 지망생 매기는 전설의 트레이너 프랭키를 만나 불과 1년반만에 챔피언 타이틀전에 오릅니다. 웨이트리스로 살아온 10여년의 과거를 한방에 날려버리려는 찰나,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전신마비 환자로 추락합니다. 영화는 사고 이후의 삶을 조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매기는 파이터로써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며 프랭키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합니다. 하지만 프랭키는 스승이자 기독교인, 그리고 부모의 마음 사이에서 고뇌하고 후회합니다. 영화는 안락사를 집행하는 동행인의 마음을 바로 옆에서 때로는 제3자의 눈으로 따라 갑니다.


미 비포 유 (2016)

모든 것을 성취한 전도유망한 사업가 윌은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전신마비 환자가 됩니다. 간병을 하며 사랑에 빠진 루이자는 안락사를 결정한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합니다. 마음이 깊어지며 둘의 공통 분모도 커지는 듯했지만 세상에서 질주하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윌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안락사를 결정한 본인의 관점을 타협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조력사를 집행하는 스위스 단체 ‘디그니타스’도 등장합니다.




죽여주는 여자 (2016)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살아가는 소영은 종로 일대에서 남성 노인을 상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예전 고객을 통해 오랜 지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뒤에 뜻밖의 제안을 받습니다. 고민 끝에 뇌졸증으로 쓰러져 입원한 송 노인을 찾아간 그녀는 좋은 죽음을 실행합니다. 영화는 고독사를 기다리는 할아버지들의 무력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족도 연인도 아닌, 무연고의 할머니가 의도치 않게 참여하는 조력사들을 말없이 담습니다.


사자의 간식 (2021)

30대의 평범한 직장인 시즈쿠는 첫눈을 보기 어려울 거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는 ‘사자의 집’을 찾아갑니다. 사자의 집은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 마지막 삶을 의탁하는 호스피스 센터입니다. 환자들은 완화치료를 받으며 오후 3시의 간식 리퀘스트에 참여해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습니다. 드라마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시한부 환자에게 필요한 완화치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의 순간에 나눌 수 있는 온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들 작품들 외에도 알고 있는 좋은 작품들을 알고 계신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그럼 안락사, 존엄사, 조력사 관련 정보들을 정리해 곧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락사, 존엄사, 조력사, 호스피스를 다룬 영화들
죄인, 1951
밀리언달러 베이비, 2004
씨 인사이드, 2004
유 돈 노우 잭, 2010
하우 투 다이 인 오리곤, 2010
청원, 2010
취리히, 2013
마이보이, 2014
마지막 레슨, 2015
사일런트 하트, 2015
미 비포 유, 2016
죽여주는 여자, 2016
엔드 게임, 2018
의사요한, 2019 (드라마)
완벽한 가족, 2019
사자의 간식, 2021 (드라마)
괜찮아 잘 될거야, 2021

* 참고 자료
'세계 최고 미남 배우' 알랭 들롱 안락사 결정. 조선일보, 2022.03.19,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3/19/HIYQGDLCMVFYXGCQUCUQHSXWAA/ 
Category:Films about euthanasi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ategory:Films_about_euthanasia 

*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에서 제공하는 스틸컷을 사용했습니다.



 

작성자 : 우엉군 / 작성일 : 2022.04.17 / 수정일 : 2022.04.18 / 조회수 : 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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