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호크 TED] Play the fool(바보짓을 해라) - 창의성이란?
현안과이슈 / by 윤일 / 작성일 : 2022.11.19 / 수정일 : 2022.11.21

창의성은 현대 사회, 특히 변화할 미래의 사회의 인재들에게 필수적인 자질로 꼽힙니다. 사람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창의력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져다주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나 기업에서 유능한-창의적인 인재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TED에서 배우 에단호크가 말하는 창의성에 대한 강의를 변역하고 교육학적인 이론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연의 제목은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락하라’ 인데요. 그는  우리가 이미 창의성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막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의성에 대해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사고해야 창의적이게 되는가' 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순간에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는지 인간의 삶에서 창의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와 같은 질문이 아니었을까요. 이 글을 읽으며 ‘창의성’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들을 확인하고, 우리 삶에 들어와 있는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연자인 에단호크(Ethan Hawke)는 현 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의 명배우이자 각본가, 작가이자 감독입니다. 그는 TED 강연에서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락하라(Give yourself permission to be creative)’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창의성을 말합니다. 
 


바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RS9Gek4V5Q&t=327s 


이야기는 그가 인상깊었던 시인 앨린 긴즈버그의 일화로 시작됩니다. 긴즈버그는 당시 방화범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하레 크리슈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식인 친구들은 그에게 왜 사람들에게 너 스스로를 우스꽝스러운 사람 만드냐고 말하자, 그는 “바보짓을 하는 게 시인의 역할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윌리엄 버클리의 프로그램에서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부르는 앨런 긴즈버그
바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OixwFNugZ4I


바보짓을 하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는 말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납니다. 인간의 삶을 음미하며 글을 쓰고 때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이들이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시인이기 때문입니다. 앨런 긴즈버그가 생각하는 시인은 멋지고 중요한 발언을 하는 사람보다는 바쁜 일상을 보낸 사람들이 저녁에 앉아 티비를 볼 때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는 시인을 보고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 즉 습관적 삶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에단 호크는 이런 앨런의 생각이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이로운 것 혹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무언가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만 앨런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이와 비슷하게, 멋지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줄 것 같은 비일상적인 특성으로 생각되곤 합니다. 에단호크는 이에 반문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오해]

 “human creativity matters?”

 인간의 창의성이 중요한가요?


인간의 창의성은 정말 우리의 실제 삶에 필요한 것일까요? 기존의 우리가 가진 근사한 ‘창의성'의 특성을 떠올려보면 꼭 그럴 것 같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단호크는 예술과 창의성은 우리의 삶에서 사치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앨런 긴즈버그가 쓴 시를 일상에서 잘 읽지 않습니다만, 시가 절박하게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 혹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강렬한 감정들을 다른 사람도 겪었는지, 겪었다면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느꼈는지 알고 싶어하고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고 싶어 합니다. 이런 순간은 반복되는 일상과는 멀게 느껴질지 몰라도 인간의 삶에서 핵심적인 경험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이 중요합니까? 라고 다시 질문한다면 에단호크는 그렇다고 말할 것입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기]

 “If you get close to what you love, who you are is revealed to you and it expands”

 만약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에 가까워지면,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드러나고 그것은 점차 커질 것입니다. 
 

창의성은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에단 호크에게 창의성이란 곧 자신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에단호크는 12살에 첫 연극을 하면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쉽게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 몇십 년 간 이어온 배우 활동은 자신에게 그 사랑을 계속 되돌려주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증조 할머니 델라 홀 워커그린이 임종 때 적은 전기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각자에게 큰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36페이지 분량의 책에 5페이지 정도를 한 때 연극을 위한 의상을 만든 것에 대해 썼고, 첫 번째 남편에 대해 한 단락을 썼고, 50년 간 해오던 목화 재배는 언급만 해놓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누빔 이불을 그리고 연극 복장을 직접 만든 행위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소설이자 두 번째 영화연출작 <이토록 뜨거운 순간> 현장에 있는 에단호크.                                                  
사진출처 : 씨네21 에단호크 인터뷰 
http://m.cine21.com/news/view/?mag_id=49538

한편 그는 30년 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배우활동을 하며 경찰, 범죄자, 성직자, 죄인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 그 자체인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단 호크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 그 안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공통점을 느끼기 시작하고, 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증조 할머니가 만든 누빔 이불을 보고 진짜 힘을 경험한 것처럼요. 그에게 창의성은 한 사람을 고고하고 특별하게 구별 시켜주는 특징이 아니라 스스로를 세상에 표현하고 다른 존재를 경험하면서 결국에는 공통된 인간성을 목격하게 되는 과정으로서 발현됩니다. 
 

[바보처럼 굴기]

“필독서를 읽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세요. 좋아하던 음악만 듣지 말고 시간을 내서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세요. 평소에 말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두고 이야기해보세요. 장담컨데 그렇게 하면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거에요. 요점은 그거에요. 바보처럼 구세요.”
 

그는 아이가 창의적인 이유는 습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른처럼 ‘가장 멋진 모래성을 만들어내겠어’와 같은 생각도 하지 않죠. 그저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통해서 자신을 순수하게 표현해내는 그 자체에 집중할 뿐입니다. 운동을 배울 때도 글을 쓸 때도 무언가를 잘해내겠다는 무거운 다짐 없이 어떤 일을 시작한 적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을 처리하는 전략으로서의 창의성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기가 창의성이 전개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에단호크는 자신의 순수한 내적 동기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비유하자면 내적 동기를 찾는 일이란 머리로 우리를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고 싶은 동작을 살펴서 움직이려는 시도 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력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존재를 다른 존재를 향해, 세계를 향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어서 본 창의성에 대한 강연에서 찾을 수 있는 창의이론과의 유의미한 연결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그 중 ‘창의적인 인간상’의 특징 두가지를 살펴봅니다. 창의적인 인간이란.


1. 자아실현에 관한 내적 동기를 가집니다.

  

에단호크는 창의성은 본능이며, 스스로를 파악하기 즉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함으로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공통된 인격성을 목격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것이 창의성의 발현입니다. 

 

창의성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해온 심리학자 에머빌Amabile(1989)문제를 해결하려는 ‘내적 동기’나 창의적 과정의 즐거움 자체가 창의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이야기 합니다. 또한 토렌스Torrance(1995)창의성의 원동력이 자신의 꿈이나 미래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때문에 그가 보는 창의적인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2.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에단호크는 강연에서 창의성은 “단지 멋지거나 따듯하거나 즐거울 것 같은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것, 우리가 서로를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창의성에 대한 단면적인 우리의 인상을 경계하는데요. 
헝가리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Csikszentmihalyi(1996) 역시 창의성의 단면적인 해석, 창의성이 도구화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창의성이란 개인이 고용인에게 판매하는 기술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활동에 하는 몰입이이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를 하는 습관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하나의 ‘창조적인 유형’ 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에 반박하여 그의 책  Creativity: Flow and the Psychology of Discovery and Invention 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이 10가지 "역설적인 특성" 목록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1. 창의적인 사람들은 많은 육체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종종 조용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2. 창의적인 사람들은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순진한 경향이 있습니다.

  3. 창의적인 사람들은 장난기와 규율, 또는 책임감과 무책임을 결합합니다.

  4. 창의적인 사람들은 상상과 환상, 뿌리 깊은 현실감을 오가며 일합니다.

  5. 창의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동시에 내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6. 창의적인 사람들은 겸손하면서도 동시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7. 창의적인 사람들은 엄격한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납니다.

  8. 창의적인 사람들은 반항적이면서도 보수적입니다.

  9.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에 대해 극도로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10. 창의적인 사람들의 개방성과 감수성은 종종 그들을 고통에 노출시키지만 동시에 많은 즐거움에도 노출시킵니다.
     

위와 같이 창의적인 사람은 매우 활기차면서도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상상과 공상을 하면서도 때로는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외향성과 내향성의 상반된 성향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상반되는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 양면성을 조화롭게 활용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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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일 / 작성일 : 2022.11.19 / 수정일 : 2022.11.21 / 조회수 : 2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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