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문화] <청소년을 위한 콘돔 자판기를 아시나요?>(레드홀릭스,2017) 외 자료 모음
현안과이슈 / by / 작성일 : 2017.07.10 / 수정일 : 2017.07.10

사진 출처 : evecondoms (www.evecondoms.com)



청소년의 '성'을 양지로 끌어내는 소셜벤처

 - <거침없는 2030 여성들의 인생 프로젝트> 인스팅터스 박진아 대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2017년 5월 29일] (원
문 출처: http://ildaro.com/7888​)

※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쳐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동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시리즈입니다. -편집자 주


▶ 인스팅터스 공동대표이자 마케팅 책임자 박진아 씨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동의할 전제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성소수자들을 위해, 26살의 동갑내기 세 청년이 모여 ‘인스팅터스’라는 소셜벤쳐를 창업했다. 그리도 이들이 내건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 라는 슬로건을 현실화 시키고자 3년째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즐길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콘돔은 성인용품’이라는 편견으로 구매조차 힘들고, 남녀 관계에 피임의 부담을 안게 되는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피임을 선택하거나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성소수자들은 사랑할 권리마저 인정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위해 안전한 섹스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그 접근성을 높여주는 게 인스팅터스의 궁극적 목적이다.
 

 인스팅터스는 영어의 Instinct(본능)와 라틴어 어미의 us(사람), 즉 본능적인 사람들이란 의미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왜곡된 성의 본래적 의미를 환기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들은 2014년에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이름으로, 미성년자에게 콘돔을 무료로 보내주는 프렌치레터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발된 비건 콘돔, 즉 친환경적이며 유해 화학성분을 제거한 ‘이브 콘돔’을 런칭했다. 올해 새롭게 나온 아이템 역시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안전한 ‘이브 젤’(lubricant gel)이다.
 

 사업 아이템 외에도, 최근에는 미성년자가 100원에 2개씩 구매할 수 있는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자판기를 통한 모든 수익금은 서울시립청소녀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된다.
 

 인스팅터스의 공동대표이자 마케팅 책임자인 박진아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블랙-앤-화이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블랙 수트팬츠를 입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간략하고 무게감 있는 톤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는 프로모션으로 기획한 상품도, 사업화하기 위한 아이템도 아니에요. 소셜벤쳐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자 소셜 프로젝트인 거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벤딩머신이기 때문에 단가 100만원이 넘는 비용으로 직접 주문 제작한 제품이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문구가 적혀있다.
 

EVE Dispenser Instruction:

1. 본인이 콘돔이 필요한 청소년(만 19세 미만)인지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

2. 청소년이 아닌 경우,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간다.

3. 청소년인 경우, 동전 투입 전 좌측면의 상품 품절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4. 100원 동전을 넣고 측면의 레버를 360도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5. 받은 콘돔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사람과, 안전하게 사용한다 :D

* 명시적 동의(consent), 피임, 상호존중은 안전한 사랑의 필수적 3요소입니다.

 

▶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에 적힌 문구 ⓒ인스팅터스

 

 원래 자판기를 배치하기로 생각한 이상적인 곳은 청소년들이 몰려있는 학원의 메카, 서울 대치동이었다. 또 PC방이나 노래방 근처도 고려했다. 그러나 대치동 근처는커녕 서울시청, 공공기관 등 어디서도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절충한 방법이 섹스토이 가게 앞. 그나마 비치를 허용해 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가게들로, 현재 전국 네 군데, 서울 신논현동과 이태원동, 광주 충장로와 홍성에 설치되었다.
 

 이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인스팅터스의 이브 브랜드에 대한 반응처럼 확연히 다른 반응으로 갈렸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필요하고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신선한 방법으로 고민을 해결해주어 고맙다고 하는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의 ‘문란한’ 성문화를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최근에는 성인들이 몰래 콘돔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해 화제가 되었는데, 박진아 대표는 상기된 말투로 애로 사항을 호소했다.
 

 “프랑스 같은 경우 대부분 국공립 고등학교에 콘돔자판기가 다 비치되어 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저희가 기계도 만들고, 콘돔도 제공하고, 설치도 하는데, 그 작은 공간 할애를 안 하는 사정인거죠… 반대하는 분들이 무료 콘돔 말고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땐 회의가 들어요. 저희는 사기업이에요.”
 

 사기업이라지만 분명 인스팅터스는 기존의 기업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여느 스타트업처럼 7명의 소규모 팀으로 멤버들의 업무는 기본 서너 개의 여러 분야를 맡아서 하는 멀티테스크로, 회사 운영의 린(lean)한 특성은 비슷하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고 그로 인해 이익을 창출해나가는데 우선 순위와 목표를 두는데 있어서 일반 벤처기업과 비교해보면 느슨해 보이기도 하다. 비영리단체처럼 ‘사회환원’ 프로젝트에 주저없이 시간과 투자를 하기도 한다. 십대 성소수자 단체, 여성환경연대, 대학생들이 주최하는 페미니즘 행사 등에 참여했다.




▶ 인스팅터스에서 자체 계발한 이브콘돔체와 로고 설명 ⓒevecondoms.com
 

 흥미롭게도 인스팅터스는 십대의 성문화를 위한, 미성년자들의 대변인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90퍼센트가 넘는 이브 브랜드의 고객은 20-30대 여성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물론 남성들도) 실용적인 성교육을 받고 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피임 방법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식과 환경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젊은 여성들에게 인스팅터스는 영감의 대상이자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일반 콘돔의 경우 ‘남성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빨간색과 금색의 패키지 디자인, 003같은 얇은 두께만 강조하는 문구가 대부분이다. 또한 광고에서 그려지는 콘돔은, 특히 여성이 들고 다니거나 준비하는 것은 부끄럽고 껄끄러운 존재이다. 반면에 이브 콘돔은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몸을 교란시킬 수 있는 기존 콘돔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대체 천연성분을 사용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를 설명한다.
 

 엄청난 시간과 투자를 들여 만든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운이 좋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또한 제품 출시 시기도 잘 탔다고 했다.
 

 이브 콘돔이 출시되던 당시, 국내 콘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영국 브랜드 듀렉스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사인 옥시 레킷벤키저(Oxy-Reckitt Benckiser) 회사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점유율 2위였던 일본 브랜드의 오카모토 역시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공급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리브영 같은 헬스앤뷰티샵까지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불매운동에 의해 타격을 입었다.
 

 “핵심 성과 지표 같은 것으로 목표나 계획을 정하고 실행하나요?” 라는 질문에 박진아 대표는 “거창하게 계획한 건 없었어요. 누군가가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죠” 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나이브(naive)하면서도 이런 순수한 열정과 긍정적 마인드, 우선 실행에 옮기는 행동가(Doer)로서의 접근 방식이 인스팅터스가 쉬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 또한 이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라는 막연한 목표는 애초에 수치적 평가가 불가능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한 2014년만 해도 청소년과 콘돔이라는 단어를 같이 쓰는 일 자체가 굉장히 드물었어요. 그렇지만 온라인 매체에 칼럼도 연재하고, 십대들과 상부상조하면서 계속 활동을 하다보니까, 십대의 성에 관한 이슈가 양지화되는 게 느껴져요.”



▶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박진아 대표
 

 로열티 높은 이브 브랜드의 소비자층, 커뮤니티에서 보여주는 좋은 반응들이 ‘잘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주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물론 박진아 대표에게서는 순수한 열정과 함께 현실에서 직접 구르고 부딪치면서 생긴 ‘맷집’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면모도 보인다.
 

 “소셜벤쳐로서 성공하는데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저는 노력이 35%, 팀워크가 35%, 그리고 외부 요인이 30%라고 생각해요. 시기와 상황도 잘 맞아야 하죠. 저는 절대 ‘저처럼 노력하면 되요’ 이렇게 말할 수 없어요. 모든 노력이 그만큼 다 보상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는 죽을똥 살똥 노력했다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외부 요인이 ‘운 좋게’ 작용했다고 해도 소셜벤쳐로서, 특히 음지에 있던 성문제를 다루는 기업으로 3년 넘게 용기와 인내 없이 달려오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어떻게 이겨내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약간 울컥하며 박진아 대표는 2015년 말에 팀을 한번 떠난 적도 있다고 했다. 팀 멤버들이 각자 대출받아 시작한지 일 년이 넘도록 출시되기로 한 첫 제품 출시는 계속 늦춰지고, 수입 한 푼 없이 일에만 매진하던 때였다.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박 대표의 직설적인 성격만큼 단순명료했다.

 “한 3-4개월 일상으로 돌아가 보니 그냥 다시 이 일이 하고 싶었어요.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의 비전, 그리고 그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힘든 일도 털고 일어나서 계속할 수 있는 거죠.”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생리컵(menstrual cup)을 준비 중이다. 콘돔과 다르게 생리컵은 아직 한국 시장에 도입조차 되지 않아서 임상실험부터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허가 제품으로 등록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또, 콘돔은 성인용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뿌리 뽑기 위해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는 일부 특수 콘돔을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자위기구와 함께 이를 판매하는 곳에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고시가 ‘개정’이 되면 청소년에게 콘돔을 팔지 않거나 성인용품점의 출입을 금지하는 행위들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입사원과 인턴을 채용하기도 했다. 인스팅터스의 멤버가 되는 조건은 역시 단순명료했다.

 

 “우리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키보드 워리어’가 아니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즉 성과 관련된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거죠.”

 

[필자 소개] 강예원 님은 서울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하였고, 현재 PLATOON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예술문화를 다루는 잡지와 에이전시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콘돔 자판기를 아시나요?
[레드홀릭스, 2017년 2월 20일]

 - 원문 출처: (http://www.redholics.com/red_board/view.php?&bbs_code=f_art8&ss[st]=1&ss[sc]=1&kw=%EC%9D%B8%EC%8A%A4%ED%8C%85%ED%84%B0%EC%8A%A4&page=1&bd_num=53624)


광주 스팟라이트에 설치된 EVE 청소년 콘돔자판기



 저자극성 비건 콘돔 EVE를 만든 회사 ㈜인스팅터스에서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높이고자 <EVE 디스펜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청소년이 오프라인에서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더불어 성인의 청소년 성문화 인식을 개선하는 소셜 프로젝트다.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는 전국 3곳(서울 신논현, 이태원, 광주 충장로)에 설치되어 100원에 2개입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설치 공간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당연히 성인은 이용할 수 없다.
 

 콘돔은 일부 특수형을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구매하는 것에 연령 제한이 없으나 우리나라의 폐쇄적인 성문화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청소년의 콘돔 구매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도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서 “청소년도 콘돔 구매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 긴가민가하며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EVE콘돔은 이번 프로젝트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콘돔을 사는 것이 곤란한 청소년을 위해 무료로 콘돔을 보내주는 프렌치 레터를 운영하는데 부모님에게 들켜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는 청소년도 있고, 제때 콘돔을 받지 못해 콘돔 없이 성관계에 임했다는 친구도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약 절반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그 중 21.4%는 임신을 하거나 9.1%는 성 질환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다.
 

 ㈜인스팅터스 성민현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좀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본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 관련기관의 참여를 도모하고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확산시킬 계획(3월 충남 홍성 설치 예정)이며, 프로젝트의 수익금 전액은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될 예정이다.

현재 디스펜서가 설치된 곳은 아래와 같다.

신논현 -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55길 10 / 02-3448-3369

이태원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46 이태원동 1층 / 02-797-0409

광주 - 충장로 광주광역시 충장로 1가 8-2번지(충장아트홀 인근) / 010-2783-0056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혹시 당신이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예를들어 PC방, 약국, 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고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디스펜서 설치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관련된 문의는 www.evecondoms.com 에 접속하여 전화 상담 혹은 상단 프렌치 레터 메뉴를 클릭 후 하단 영역의 문의하기를 참고하자.

 

 

사회실험ㅣ교복을 입고 콘돔을 사러갔다
 - 글: 박진아(대한민국 성문화 개선 소셜 벤처 (주)인스팅터스 공동대표), 영상: 연제이민(Youtuber 혹은 절제된 관종)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6년 5월 4일] (원문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gina-park/story_b_9835834.html)


 

 업무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요즘은 성교육이 많이 변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콘돔 착용법 배웠다'하는 반응이 심심찮게 보인다. 성폭력 방지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 따위의 자료를 보면 이 나라의 성문화가 통탄스럽긴 하지만, 곳곳에 있는 현명한 보건교사들의 적극적인 성교육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하면 청소년과 콘돔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아직도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인터넷에서는 일반 콘돔과 성인용 콘돔의 구분 없이 콘돔을 사기 위해서는 무조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피임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어디서 콘돔을 구할 수 있을까?

교복 입고 콘돔 사기
 


 청소년임을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은 역시 교복이다. 그래서 교복을 입고 콘돔을 사보았다. 다행히도 편의점, 약국 등에서 당당하게 콘돔을 찾는 교복 입은 여성과 남성에게 판매 거부를 시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고 난 뒤에 "아까 그 학생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남 부끄러워서 말할 수가 없어요."라거나 "쟤네들이 뭘 하려고..." 등의 우려 섞인 말은 했지만, 적어도 콘돔구매에 연령제한은 없다는 사실 만큼은 다들 알고 있었다. "저렇게 고등학생이 콘돔 사도 돼요?"라는 물음에 의심의 여지 없이 계산원은 "그런 거(콘돔)는 제재하는 것은 없어요. 담배를 제재하지."라고 대답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판매원은 기성세대의 여성이었으나, 교복을 입고 콘돔을 사는 것에 대해 예상 외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사회실험은 우려하는 바와 다르게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어느 정도는 인정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딜 학생이..."하며 훈계하려 들지 않고 피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성인이든 비성인이든 콘돔을 팔고 있었다. 온라인으로는 대형 포털들의 성인키워드 지정으로 콘돔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청소년들이기에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더 중요하다.

 

 100%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저 상황에서 교복을 입고 콘돔을 사러 온 사람이 본인이 아는 집 아이, 또는 본인의 자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일전에 우리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FRENCH LETTER PROJECT를 통해 콘돔을 받아간 청소년이 부모님으로부터 모질게 맞았던 사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어쩌면 영상 속의 사람들은 해당 청소년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 쉽게 객관적으로 대처했던 것일 수도 있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나와 무관한 사람의 성생활은 어찌되었든 불가침의 영역이기에 내버려두지만, 내 새끼라면 경우가 달라질 확률이 높다.

 

 남의 자식이라도 콘돔 사러온 학생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일이 없는 일도 아니다. 청소년과 콘돔을 도무지 연결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그래서 아직도 콘돔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많다. 다만 이 사회 실험의 의의는 그렇게 판매를 거부하는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청소년 본인들은 물론 기성세대까지도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것 봐, 교복을 입고서도 필요하면 살 수 있는 것이 콘돔이야"라고 먼저 나서서 보여주는 데에 있다.

 

 청소년, 그리고 콘돔 

 "청소년도 건강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서 콘돔을 구매할 수 있어요"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국내에 있을까 싶다. 콘돔을 숨기면 섹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해보면 그렇다. 피임 교육 한번 제대로 해주지 않는 학교 성교육만 받은 청소년들이 알아서 콘돔의 중요성을 알고 피임을 하려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 청소년들이 용기 내어 콘돔을 살 때, 기성세대는 차갑고 아니꼬운 시선으로 내치곤 한다.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와 정신적 압박감을 덜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성인들에게 콘돔은 '반드시 써야'하는 물건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콘돔이 아직도 '쓸 수 없는' 물건인 듯하다. 적어도 '청소년들도 콘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만큼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든지 간에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교복을 꺼내 입고 콘돔 사러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 이 글은 비건 콘돔 브랜드 'EVE condoms' 블로그(evecondoms.com/blog)에 게재된 글입니다.


 # 근래 쏟아지고 있는 '청년 정책'과 '청년 담론' 및 '청소년 정책'과 '청소년 인권/권리/교육'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연구 자료들과 함께 대화 나누고 참고할 만한 기사들을 차근차근 모아보고자 합니다. '청년/청소년 담론' 내 보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료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및 여성가족부의 '여성가족부 고시 제 2013-51호 (a.k.a 쾌락통제법)'과 관련된 기사들과 10대 여성 청소년의 임파워링을 위해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펀딩 페이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진행 중인 "HIV감염인 청소년 성소수자 인터뷰" 대상자 모집 페이지도 함께 첨부합니다.


 # 함께 읽는 자료
   - [공동성명]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즉각 폐지하라!
     (http://cafe.naver.com/asunaro/59370)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2016년 9월 30일]
   -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폐지 및 인권과 성평등의 관점에서 포괄적 성교육 실시를 위한 1만인 서명운동
     (http://www.lgbtpride.or.kr/xe/index.php?document_srl=788582)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년 5월 22일]
   - "성소수자 배제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폐기하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1759.html) [한겨레, 2017년 2월 8일]
   - [성명]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성교육 표준안' 폐기하고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성교육을 실시하라!
     (http://www.unninetwork.net/?p=3152) [포괄적성교육권리확보를위한네트워크 외, 2017년 2월]
   - 쾌락통제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유
     (https://www.evecondoms.com/gridblog/쾌락통제법에-대한-헌법소원심판을-청구한-이유/) [이브콘돔, 2017년 5월 4일]

 # 펀딩&인터뷰 대상자 모집 페이지
   - 10대 페미니스트 임파워링을 위한 프로젝트 <열, 길> 1기 "10대, 페미니즘으로 길을 열다" (펀딩 마감: ~8월 31일까지)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40156?p=p&s=hrl&_ga=2.107311554.1774825847.1499130465-182143074.1499130465) [네이버 해피빈, 한국여성민우회]
   - HIV감염인 청소년 성소수자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1차 모집: ~7월 30일까지)
     (http://www.ddingdong.kr/xe/notice/8076)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글쓴이 _쑥
서울시NPO지원센터 아카이브 큐레이터. 봄철에 먹는 향긋한 쑥국을 좋아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하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페미니즘, 소수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성자 : / 작성일 : 2017.07.10 / 수정일 : 2017.07.10 / 조회수 : 3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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