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가 사회를 이루는 기업시민으로서 행하는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살펴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자체로,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혹은 관계자들)들이 행하는 다양한 임팩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문화작품이면서 교육자료이면서 이야기 전달 도구이다. 게임자체가 가지고 있는 게임의 기능들(흥미유발, 반복성 등, 일명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여 사회와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게임을 <임팩트 게임>, <시리어스 게임>이라고 한다.
또한 게임 제작 및 유통, 소비가 하나의 커다란 산업 섹터가 되면서 그 안의 종사자와 소비자들 중 소외되는 집단이 생기는데, 이를 극복하고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 게임 자체가 사회적임팩트 창출(게임과 다양성)
1-1.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영국의 개발사인 닌자 시어리에서 2017년에 출시한 게임으로 북유럽 신화를 배경인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조현병을 가진 1인칭의 주인공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조현병 환자가 겪는 다양한 환각과 환청, 망상을 게임의 기믹(기믹 뜻)으로 활용했다. 게임사에서도 실제 조현병 환자의 증언과 전문 교수의 조언을 받아, 조현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실감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2017년 ’세계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하루동안 판매된 금액 6,000파운드를 정신치료센터에 기부하였다.
‘헬블레이드’, 엑스박스원 판매량 5만장 돌파…판매금 기부 (링크 클릭)
1-2. 장애인식개선 보드게임 <굿투고>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다양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나온 보드게임이다.
방식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 만큼 말이 전진하고, 칸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미션은 장애 인식과 에티켓에 관련된 내용이며, 예를 들어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 - X>, <시각장애인의 흰 지팡이를 보면 위험하지 않게 잘 정리해서 치워두어야 한다. - X> 등이 있다. 퀴즈 자체는 난도가 어렵지 않아, 아동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할 때 사용하기에 좋다.
1-3. 장애 게이머 접근성
게임을 할 때는 우리는 손가락(모바일), 키보드+마우스(PC), 게임패드(콘솔)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손가락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게이머들은 조작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 장애인들을 위해 소니(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자신의 편의에 맞게 다양하게 조립이 가능한 게임패드를 디자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에서도 장애의 정도에 따라 게임 내 글자크기, 색상대비, 수화, 색맹 모드 등 다양한 편의 요소를 넣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게임업계에도 '베리어 프리'바람..."장애인 접근성 높인다" (링크 클릭)
청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링크 클릭)
1-4. Auti Sim
자폐증을 뜻하는 Autisum과 시뮬레이터의 약자 Sim을 합성한 제목으로, 쉽게 말해 자폐증 시뮬레이터 게임이다. 청각 과민성 자폐 질환을 간접적으로 겪어 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져 빛과 소음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의사와 게임 제작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제작되었다.
https://youtu.be/0lxMpaHwA4Y
- 2. 게임과 시니어 -
2-1. 시니어 e스포츠대회 및 시니어 팀
게임은 더이상 아이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산업이다. 어르신은 번쩍번쩍하고 컨트롤을 요하는 게임을 할 수 없고 즐길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정식 프로 선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타기스타이퍼즈(일본)
'평균 69세'日서 시니어 e스포츠팀 창설, 한국 시니어 무대는? (링크 클릭)
훙광에버그린게임단(대만)
65세 컴맹 할머니, 1년 만에 롤 프로게이머 데뷔 (링크 클릭)
2-2. 치매 예방(디지털치료제)
게임은 고도의 두뇌 활동이다. 한국에서는 치매예방이라면서 고스톱을 즐겨 하지 않던가. 실제로 게임을 디지털 치료제로서 다양한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이에 게임을 치매예방과 고독사 방지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시니어 치매예방 e스포츠 대회>
국제시니어e-스포츠협회, 제주에서 첫 한국대회 열었다 (링크 클릭)
2020년 <일본 고베시 e스포츠 프로젝트>
사이타마 실버 e스포츠협회모임
[인사이드&인사이트]“게임으로 치매-고독사 예방” 초고령사회 日의 노인케어
3-1. 유비소프트 디스커버리 투어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개발 및 운영하는 게임사다. 유비소프트가 만든 <어쌔신 크리드>는 고대이집트, 중세유럽 등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완벽하게 고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스커버리 투어는 코로나19 유행시 물리적, 시간적 제약없이 교육을 하고 싶다는 교사의 요청으로 개발되었다. 고대 이집트가 구현된 게임을 교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고대 이집트의 문명과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게임사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3-2. 시티즈: 스카이라인 도시설계 공모전
수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도시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다른 도시를 참고해서 그 문제를 미리 파악해서 예방하고는 있지만, 도시의 인구구조, 지형, 자원 등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이에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미리 그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실제 도시 설계에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시티즈: 스카이라인>게임을 통해 도시 건축과 관련된 전문가들과 워크샵을 진행한다.
Cities: Skylines used by Swedish city planners to design new city district (링크 클릭)
한국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진대회를 열어 ‘세종시 5-1 생활권’을 주제로 다양한 개발방안 의견을 접수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 스마트시티 설계에 도시건설 게임 활용 (링크 클릭)
- 4. 게임과 인권(다양성) -
4-1. Girls Make Games
2014년 창설되어 8~18세 여성을 대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다. 비디오 게임과 관련하여 알게 모르게 있는 성차별적인 편견(남자아이가 게임을 더 많이 할것이다.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묘사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여성 청소년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 많은 여성들이 게임 제작 기회에 참여하여 성차별적인 요소를 해소하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4-2. 심즈 인칭대명사 커스텀
심즈는 가상의 ‘나’를 만들어서 다양한 인생을 체험하는 게임이다. 2022년에 <심즈4>를 운영하는 게임사 EA는 포용성과 다양성 확산을 위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 ‘he / she’를 넘어서 직접 지정대명사를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다양성 존중 위해, 심즈 4 '인칭대명사' 커스텀 기능 도입 (링크 클릭)
4-3. 젠지 이스포츠&버버리 소수자 및 포용성 영상 및 젠지 파운데이션 장학금
젠지 e스포츠는 e스포츠 전문 기업으로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와 함께 e스포츠 내 소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업계 내 소수자를 위한 토크쇼를 제작하고, 버버리는 젠지 파운데이션(다양성&포용성 기반의 문화 확립 및 e스포츠 인재 육성을 위해 젠지가 설립한 재단)에 장학금을 지원한다.
e스포츠 게임단 젠지, ‘버버리’와 컬래버 영상 제작 (링크 클릭)
- 5. 게임과 기후환경 -
5-1. Playing for the Planet Alliance
2019년 결성된 이 단체는 ‘게임을 통해 탄소배출감축과 환경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이다. 2021년 7개의 주요 게임 업계의 지원을 받아 환경보호를 실천하였고, Green game jam 캠페인을 통해 멸종위기종 보호, 나무심기, 환경단체 기부 등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진행하였다.
5-2. VR게임 ‘미션 블루’
우기, 폭염 등 기후위기가 몸으로 체감될 정도로 다가왔지만, 정작 무엇부터 실천해야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것을 하는지 잘 모른다. 특히 미래세대인 아동들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바꿀 수 있는 실천가이므로 이들을 게임을 통해 교육하고자 나온 것이 VR게임인 ‘미션블루’다. 기존의 기후환경 교육이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였다면, VR게임을 통해 ‘집을 읽은 오랑우탄을 구하는 미션’, 작은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 해부 미션’, ‘무자비한 상어 포획을 막기 위한 선박 잠입 미션’ 등 실감나는 미션을 주고, 협동 플레이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다.
앨버트로스가 왜 죽었지..? 환경 전문가 되어 알아보자! (링크 클릭)
5-3. 트리플래닛
트리플래닛은 개인 또는 그룹의 신청을 받아 숲을 조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트리플래닛은 독특하게 게임을 통해 게임속 나무를 실제 나무를 심는 방식의 캠페인을 2013년에 진행하였고, 실제 4개국, 8개 숲에 23만그루가 넘는 나무가 식재되었다. 트리플래닛 홈페이지 (링크 클릭)
- 6. 게임과 동물 -
6-1. 길고양이 이야기
길고양이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언급한 스마일게이트에 퍼블리싱(게임 제작 이외 운영을 담당)하고 인디게임 개발사 삐요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게임의 홍보 및 마케팅으로 유기동물 지원 캠페인을 진행하였고, 1500만원이 모금 되었다. 그리고 게임 내 퀘스트로 등장했던 실제 유기견 ‘테오’도 좋은 곳으로 입양되기도 하였다.
스마일게이트, 인디 게임 ‘길 고양이 이야기2’ x 희망스튜디오 협업 유기 동물 지원 캠페인 진행 (링크 클릭)
6-2. 라이징윙스 CCF
라이징윙스 CCF는 길고양이들이 캠핑장을 운영하는 그걸 지켜보는 게임이다. ALM(Animal Lives Matter)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드는’환경을 조성하는데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동물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 라이징윙스 CCF 개발팀 인터뷰 (링크 클릭)
- 7. 게임과 반전 -
7-1.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게임은 훌륭한 간접 경험의 수단이다. 특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이나 너무나 위험한 상황을 간적적으로 체험하고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중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전쟁의 참혹함을 잘 살린 게임으로 폴란드에서는 학생들에게 공식 교육자료로 사용 되고 있다. 2014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전쟁의 포화속에서 살아가는 민간인을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며, 배고픔과 약탈 등의 위협으로부터 본인과 가족, 동료들을 지켜가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위험한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전쟁 참상 담은 디스 워 오브 마인, 폴란드 공식 교육 자료로 (링크 클릭)
8-1. 숨은독립찾기 / MazM페치카(독립운동가 최재형)
게임을 통해 과거의 인물을 재발견하고, 그 시대상을 알릴 수 있다. 앞서 기술했듯이, 게임은 책, 영상과 달리 내가 직접 움직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책으로만 접한다면 시험에 나오는 유명인사, 조직을 외울 뿐 그들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고민을 해왔는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는 독립운동가가 활도하는 만주벌판, 시베리아, 연해주의 상황과 인물들의 고민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다. 유명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도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이를 게임을 통해 많은 후손들에게 알리고 있다.
'독립운동 게임'에 17만명 우르르…6000만원 장학금 모였다 (링크 클릭)
게임으로 '순국 100주년' 최재형 선생의 발자취를 느낀다 (링크 클릭)
8-2. 애프터데이즈(네팔 대지진)
애프터데이즈는 2015년에 발생한 네팔 대지진을 주제로 만든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네팔 대지진의 생존자가 되어 물자를 모으고, 다친 사람을 구조한다. 하지만 단순한 생존형 게임이 아닌 실제 일어난 재해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현실을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게임을 만든 게임사는 매출의 20%를 네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신두팔촉에서 생산하는 커피를 공정무역단체를 통해 구매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참사의 아픔을 사실 그대로… 착하고 재미있는 게임” (링크 클릭)
8-3. 반교(대만 계엄령)
반교는 1960년 대만의 계엄령시기의 한 학교가 배경인 공포게임이다. 반공, 친민주화의 사회 분위기에서 금지 서적을 들고와 공부하던 학생들이 누군가의 밀고로 고문을 받고 그 후, 친구와 단 둘이 학교에 남겨진 플레이어는 학교의 비밀을 파헤친다. 게이머들과 평단의 평가도 높았으며, 높은 관심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대만의 청년들이 이 게임을 통해 어두웠던 현대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대만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공포 게임 ‘반교’, 공식 한국어화 (링크 클릭)
8-4. 30일 어나더(자살 예방)
30일은 자살을 소재로 한 모바일 인디게임이다. 게임 제작팀이 중앙자살예방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정신과 의사의 자문을 받으면서 제작하였다. 플레이어는 고시원의 총무가 되어서 죽음이 예정된 등장인물의 죽음을 막는 스토리이다. 먹다 남은 배달음식이 남아있는 등 청년들의 고독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죽음을 막거나 막지 못하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여러 엔딩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오지랖이겠지만, 누군가에는 작지만 따뜻한 관심이 될 수 있다.
[인디言] 당신이 살면 좋겠습니다, 자살예방게임 ‘30일’ (링크 클릭)
8-5. 21데이즈(난민)
21데이즈는 플레이어가 시리아 난민이 되어서 도시에 정착하고, 아직 탈출하지 못한 가족에게 돈을 부치면서 21일을 버텨야 하는 게임이다. 시간과 체력, 돈은 늘 부족하고, 외부의 곱지 않은 눈초리도 받는다. 전세계적으로 난민 수용문제와 처우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극히 낮을 정도로 난민수용에 배타적이다.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난민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난민은 받아들여서는 안돼’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난민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8-6. 미싱(인도 인신매매)
미싱은 인도의 인신매매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납치당한 소녀가 되어서 탈출을 해야한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납치한 조직의 일을(장사, 호객)을 하고 휴식시간에 감시자를 피해서 동네를 탐색한다. 동네 주민 중에는 이 납치조직과 관련이 있다면, 다시 잡혀 온다. 인도에서는 수많은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이 납치되는데, 이러한 납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자 게임이 만들어졌다. 게임은 크게 성공하였고(올해의 인도게임 선정, 50만 이상 다운로드), 인신매매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인신매매가 많이 일어나는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가 많음)
인도 인신매매 참상을 고발한 게임 ‘미싱’의 뒷이야기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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