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자료집 (2017.5.15)
NPO보고서 및 연구자료 / by / 작성일 : 2017.08.28 / 수정일 : 2023.04.04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지난 2017년 5월 15일 봄이여도 한여름의 열기만큼 뜨거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라는 개념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의미와 필요로 사용되고 있는지 현재를 평가하고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가는 장이 열렸습니다.

토론회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분들이 토론회 장으로 모였습니다.

300여명이 넘는 분들과 함께 토론회를 시작하였습니다.

발제 1.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 공생의 조건'을 고민하기까지

첫번째 발제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바람) 활동가가 하였습니다.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를 기획하게 된 배경, 상담활동을 하면서 개념이 만들어진 의도와 다르게 작동되는 장면을 짚어보았습니다.

"모든 공동체가 동일한 수준으로 동일하게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수준에서, 어떤 위치에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는지에 대해 같이 확인하고 진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동체의 진단 속에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개념의 긍정성과 동시에 개념의 원칙과 한계를 인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제 2. 100인위가 한 것과 하지 않은 것

두 번째 발제는 전희경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하였습니다. 100인위 문제의식과 행보를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짚어보면서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가 현재 공동체적 해결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질문하였습니다. 운동의 언어가 절차의 언어로 변화해 나간 것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돌아볼 것을 말하였습니다.

"저는 피해자를 다시 '싸우는 사람'으로, 절차 속에 있는 하나의 자리가 아니라 '싸우는 사람'으로, '문제제기자'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피해자한테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반성폭력 운동의 방향을 생각할 때도 그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요. 이 엿 같은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는 투쟁은 있을 수 없죠. 그래도 싸워본 사람이 더 잘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싸움'으로 위치시키는 것부터 필요하고요. 성폭력 문제제기 이후의 상황이 그저 사건 해결절차가 진행될수록 계속 피해가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2차 가해, 3차 가해...), 절차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를 '싸움의 양상'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절차 역시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조직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거기에 관여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일테니까요."

발제 3.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개념에 대해

세번째 발제는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오랜시간 동안 고민해왔던 내용들을 토론회장에서 말씀해주셨습니다. '2차 가해' 개념에 대한 비판과 '피해자 중심주의' 오용에 대해 페미니즘 시각으로 비평적으로 개입한 내용을 하나씩 꾹꾹 짚어주셨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비난과 소문의 경우 2차 가해라고 '지목'하는 방식으로 못 막는다는 말입니다. 얘기를 못하게 만들면 나중에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거든요. 몰래 얘기하거나 그럼 소문이 확산되거나 그 확산된 소문을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더 불안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피해자 비난, 화간 의심, 그리고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들이 가장 피해자를 고립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에 대해 관련 법제도, 절차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요. '너 뒷담화 하지마.' 라고 얘기하는 걸 법으로 금지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피해자 비난, 화간 의심,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다 2차 가해라고 하는 식이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 토론하지 못하고 입을 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2차 가해라고 하면 그래도 무서워서라도 소문들이 사라지지 않느냐 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발제 4.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과 '2차 가해' 담론 <미지의 세계> 사태를 중심으로

네번째 발제로는 오혜진 문화연구자가 실질적인 사례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진영에서 전개되었던 '2차 가해'와 관련한 담론의 양상에 대해 비평적인 입장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사태를 정말 여성 혹은 피해자의 인권, 가해와 책임 등에 대한 정치적·윤리적 사유, 나아가 페미니즘 의제로 사유하고자 한다면, 가해에 대한 도덕주의적 처벌과 레토릭에 만족하거나, 자신의 도덕강박을 편의적으로 해소할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닙니다. 고민해야 할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사장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공동체의 민주주의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는가입니다."

발제자의 발표 이후에 네분의 토론자분들께서 발제에 대한 의견을 풍부하게 전해주었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가 종료된 이후에 플로어에 계신 분들의 질문을 받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빼곡하게 쓰여진 질문들은 플로어에 계신 분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숙성해온 고민을 나누다보니, 장시간 토론회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현장의 생생함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토론회 자료집과 녹취록을 민우회 자료실에 업로드하였습니다.

- 토론회 자료집 : www.womenlink.or.kr/archives/19162?page=2

- 토론회 녹취록 : www.womenlink.or.kr/publications/19299

※ 민우회가 주최한 5월 15일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논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위의 링크 자료를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 토론회 자료집은 PDF 파일 배포뿐만 아니라 인쇄자료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문의 전화 : 02739-8858)

# 원문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http://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19298)​

글쓴이 _쑥

서울시NPO지원센터 아카이브 큐레이터. 봄철에 먹는 향긋한 쑥국을 좋아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하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페미니즘, 소수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성자 : / 작성일 : 2017.08.28 / 수정일 : 2023.04.04 / 조회수 : 19987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