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UN총회에서 아프리카 통일기구와 논의-만장일치 결의안을 통해 공식 설립된 해당 기념일은 그 이래로 난민 인식 개선과 국제사회 여론 환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난민을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흡수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국제사회 연대의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난민에 관한 국제사회 활동 조정 역할을 맡는 유엔난민기구(UNHCR)는 1951년 7월 28일 합의된 난민협약의 정신 아래 기구 본연의 사명과 목적을 다짐하는데요. 올해의 공식 테마는 "hope away from home(집을 떠나서도 희망차게)"으로 다양한 관련 행사가 전 세계에서 진행됩니다.
다가오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또 이제는 '단일민족국가'라 보기 힘든 한국의 2023년 한가운데에서,
난민 관련 현황을 살펴보는 작업 역시 의미 있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 정리한 자료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본 글은 저자가 2021년 작성한 원고를 재가공·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Design by faticon-icongeek26
글로벌 난민 위기(Global Refugee Crisis)로 명명되는 최근의 난민 급증 현상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2017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벌어졌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의 충격적인 탄압은 해외 매스컴을 통해 그대로 전파되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로힝야족의 상황을 "인도주의와 인권의 악몽"과도 같으며 당장 종결돼야 하는 것이라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호소하였는데요. 사실, 2015년 말리카해협을 통한 로힝야족 보트피플의 항해, 아일란 쿠르디 사진공개 사건 등 급증하는 난민과 이로 인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 구성원 각국의 국내정치와 안보의 문제가 인도주의 위기보다 사회적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해당 논의는 금세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국가적으로나, 국민적으로나 난민은 '먼 나라 이야기'였죠. 하지만 2018년 제주 예맨 난민 사태로 난민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난민 반대를 골자로 한 청원이 6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쳐본
급기야 2018년 6월 30일, 서울 도심과 제주도 도심에서 반난민집회와 친난민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습니다. 8월 1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난민사태청원에 대해 "허위 난민을 막기 위한 심사를 강화하고, 난민 심사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지속되었죠. 이후 시리아 내전-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재집권-우크라이나 전쟁 등 난민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였지만, 대부분이 그 주변국으로 흡수되면서 한국 매스컴에 난민이 오르내리는 일은 점차 사그러들었습니다.
이러한 논쟁에서 한 가지 간과해서 안 될 사실은, 한국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국가라는 점이에요. 2019년 한해 15,000건이 넘는 난민신청 건수가 접수되었으나 이 중 난민인정률은 0.4%에 불과합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난민신청수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만,
2022년은 11,000여 건으로 19년 수준을 상당수 회복하였습니다.
난민 인정율은 1.5%로 소폭 증가하였으나, 인도적 체류 허가자 수는 외려 19년 대비 1/3으로 줄어들며 드라마틱한 통계적 변화는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브렉시트, 총리 교체 등 정치적 소요기임에도 불구 영국, 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의 난민 인정률이 30%를 상회하는 상황과 비교해볼 때 큰 차이가 있죠.
*한겨레 김종철 기자 그래픽
난민정책의 역사가 길지 않아 과도기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일각의 지적 역시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제도적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난민정책의 합리성을 단정하여 말하긴 어렵습니다.
정보통신과 수송기술의 발달로 인해 한국으로의 난민신청자 수의 증가를 더는 피할 수 없음이 예측됩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반대와 찬성, 그리고 소득 없는 다툼보다는 난민법 제정의 제도적, 법적 근간을 검토하고
타 선진국들과의 비교를 통해 현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국 난민 정책의 역사-
UNHCR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와 다양한 관련 협약들이 있지만, 한 국가의 난민 관련 법 규정은 결국 고유 주권이기에 제각기입니다.
주로 최상위 헌법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특별법적인 체계를 지닌 나라, 그리고 타 법령에서 규정한 국가 등 그 형태는 3가지로 구분되어요.
난민수용에 제일 적극적인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는 헌법적 규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난민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 관심과 중요도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한 이후
본격적으로 일반법에 따라 난민 규정을 만들었고 시행하게 되었는데 그 법률은 '출입국관리법'입니다.
해당 법률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난민의 인권보장 차원에서 제정되었다기보다
당시 국제 협약에 의한 강행의 의미와 더불어 국가안보 차원의 방어적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당시 '출입국관리법'은 사회질서유지와 국가안보에 관련해 규정을 둔 관계로
국제난민의 보호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주장이 그동안 많이 제기되어왔습니다.
그래서 2005년 이후 각계각층에서 난민을 위한 특별법제정운동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로 2013년 7월 이후 국제 난민의 보호와 지위에 관한 특별법인 이른바 '난민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통계에서 보이다시피, 여전히 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대단히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난민 인식에 관한 학계의 분석-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양의 동북쪽 끝에 위치하였으며, 삼면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죠?
이러한 특성 탓에 민족적으로도 단일국가'였'죠.
이민족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민족은 대부분 군사적 침입의 목적으로 입국했습니다.
경험의 부재와 아픈 기억 때문에 그들에 대한 시각 또한 기본적으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달리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 유럽국가들은 터키, 알제리 등의 이민족을 노동력 공급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수용한 바 있습니다. 몇 차례 내전과 현대전을 겪은 동유럽국가로부터 난민을 수용한 경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은 EU라는 공동의 레짐에 기초해 운영되고 있어 애초에 국가 간 왕래가 자유롭기도 합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유럽으로 오는 난민의 수는 감당할 만하다. 비상사태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보도할 뿐, 이러한 맥락에 대해 깊게 다루지 않습니다. 난민신청자의 증가에 따른 반대의견과 불안함도 자극적으로 재편집된 오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1961년 난민협약 제2장에서 국제난민은 내국인 또는 국내 외국인과 동일한 대우 또는 그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역시 난민들의 평등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난민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난민제도와 정책을 오래전부터 꾸준히 정비, 변화시켜 온 독일, 영국과 같은 수준의 난민보호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우선으로 난민지원기관들의 구체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난민해결 대부분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는 역할기능이 미비합니다.
부처별 전담부서도 따로 존재하지 않아 실질적인 난민인정처리만 해도 힘에 부치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난민 신청자수를 고려해볼 때, 난민 관련 기관의 개편은 필수적입니다.
법령의 재정비 역시 시급합니다.
시민사회, 학계 등을 통해 제기된 현행 난민법의 기본 문제점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난민자'에 대한 개념 정의가 모호하다.
둘째, 인도적 체류 허가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재량이 강하게 개입된다 (난민법 제2조).
셋째, 난민 인정자의 처우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고 애매하여 구체성이 떨어져 현실적인 실행력이 부재하다 (난민법 제30조).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