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로 산다는 것: 유발 노아 하라리 인터뷰 영상
현안과이슈 / by 윤삐삐 / 작성일 : 2023.07.06 / 수정일 : 2023.07.07

"피어나라 퀴어나라" 


이미지 출처: Pixabay

뜨거운
7월의 시작을 알리며 지난 71일 을지로 일대에서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성소수자 가시화, 인권 증진, 문화 향유, 자긍심 고취를 위해 매년 개최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Seoul Queer Parade, SQP)는 2023년인 올해로 24회를 맞이했습니다.  도심 야외를 주 무대로 한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하여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레인보우 굿즈전을 622일부터 79일까지 총 18일간 진행합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연간 15만여 명이 참석하는 국내 최대 민간 축제로 퀴어 명절'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립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는 물론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앨라이, Ally)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공개 문화 행사로, 해외의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궤를 같이합니다2015년부터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곤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됐는데, 올해는 예외적으로 을지로 2가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조직위는 올해도 서울광장에서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달 3일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같은 날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열겠다는 기독교계 시티에스(CTS)문화재단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했는데, 이 결정이 이뤄진 당시 회의에선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혐오 발언이 다수 나와 논란이 되었습니다.

조직위는 한국 사회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현장이라고 밝히며, 서울 퀴어퍼레이드 장소 확보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도 꿋꿋이 모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야말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임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달을 맞이하며, 성소수자의 평등한 권리와 인권에 대한 염원과 의지를 담아 특별한 컨텐츠를 준비해보았습니다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면 반대 진영으로부터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다.’, ‘퀴어는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와 같은 발언들이 자주 들려옵니다오늘 소개해드릴 영상에서는 위의 발언들에 대하여 게이(gay)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제시하는 흥미로운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 설정 가능)



이미지 출처: Pixabay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56IdoPHmKc

* 아래의 내용은 영상의 내용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영상에서 제공된 한국어 자막의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정리하였습니다. 다만, 문장의 구성 및 영어 원문과 비교하여 보다 나은 번역표현이 떠오를 때는 큐레이터가 원문을 토대로 한국어 번역을 재구성한 부분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Yuval Noah Harari, ‘Q & A on Being gay’​ (유발 노아 하라리, 'Q & A: 게이로 산다는 것')>


Q: 당신이 게이라는 점이 당신의 과학적 연구에 영향을 끼쳤나요?

A: 연구에 정말 많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게이 남성으로서 인간이 발명한 이야기와 현실의 차이를 아는 능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똑같은 능력이 과학적 연구에서도 중요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모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들에게 끌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게 그저 인간이 발명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어떤 남자아이는 다른 남자아이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며, 제가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굉장한 지혜입니다.

비록 현실이 대다수가 믿는 이야기들에 반한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유사하게, 많은 사람은 매우 위대한 존재가 하늘에 있고, 이 존재가 두 남자가 서로 사랑하면 몹시 화를 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사람들이 발명한 상상 속의 이야기입니다. 두 남자가 서로를 사랑하면서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잘못된 것일 수 있을까요? 그것 때문에 화를 낼 하늘에 사는 위대한 존재는 없습니다. 화를 낼 존재들은 성직자와 랍비들뿐입니다. 과학적 연구도 정확히 이와 같은 통찰을 기반으로 합니다. 과학자로서 저는 현실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사람들이 발명한 세상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잊으세요. 세상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요? 게이 남성으로서 알게 된 것은, 만약 현실과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충돌한다면 현실을 믿는 게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교훈이 저를 훨씬 더 나은 과학자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Q: 당신의 연구 결과가 당신의 성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나요?

A: 과학은 확실히 저의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줬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게이(Gay)로서 존재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얘기합니다. 자연은 수컷이 암컷을 사랑하길 원했고 암컷은 수컷을 사랑하길 원하기에 게이들이 자연의 순리를 깬다고 말합니다. 과학적 연구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가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걸 가르쳐줬습니다. 세상에 부자연스러운 행동같은 건 없습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연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절대 자연의 법칙을 깰 수 없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교통 법률이 아닙니다. 교통 법률의 경우, 정부가 사람들에게 시속 100km를 넘어서 달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

누군가 시속 120km로 달리면 법률을 어기는 것이고, 교통경찰이 세워서 딱지를 떼겠죠. 자연의 법칙은 여러분이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여러분이 빛의 2배 속도로 달리면 은하 교통경찰이 출동하여 여러분에게 딱지를 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저 불가능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어찌어찌 빛보다 빠르게 달리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그저 우리가 진짜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략)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건 그 자체로 이미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두 여자가 서로 사랑한다면, 이는 이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어떤 자연의 법칙도 그것을 금지하지 않습니다. 사실 동성애는 꽤 흔합니다. 인간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동성애적 행동은 상당히 흔합니다. 침팬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성적 행동들은 아기 침팬지를 번식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외려 침팬지는 정치적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섹스를 사용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섹스를 활용합니다. 이 사실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나요? 섹스가 번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성직자와 랍비가 발명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진실은 자연스러움부자연스러움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생물학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관념은 기독교 신학에서 유래했습니다. 신학적인 의미에서 자연스러움이란, 자연을 창조한 신의 의도와의 조화입니다. 기독교 신학자들은 신이 인간의 몸을 각각의 팔다리와 장기가 특정 기능을 하도록 창조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팔다리와 장기를 신이 의도한 목적으로 쓴다면 이것이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겁니다. 신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쓰면 부자연스러운 행위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모두 신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은 인간과 동물들을 창조하지 않았습니다. 인간과 동물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습니다그리고 진화에는 목적이 없습니다. 장기들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진화해 온 것이 아니며, 동물과 인간이 장기를 사용하는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인간의 신체에서 어떤 장기도 수백만 년 전 최초 등장했을 때 했던 기능대로만 작동하는 건 거의 없습니다. 장기들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하는데, 일단 한 번 생긴 장기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고 이에 적응하는 일은 완전히 자연스럽습니다. 깃털은 원시 파충류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지금 새들은 그걸 날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게 부자연스러운가요? 손가락은 우리 조상이 나무를 타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럴 피아노를 치는 데에도 씁니다. 이게 부자연스러운가요? 입은 우리 몸 안으로 음식을 집어넣을 수 있게 하려 등장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걸 말하고 키스하는 데에도 씁니다. 이게 부자연스러운가요? 유사하게, 섹스도 먼저 번식을 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걸 친밀감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사용하죠. 여기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무엇이라도 있나요?

 

Q: 노출과 성적 개방 때문에 게이 퍼레이드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A: 역사를 통틀어서 벌거벗는 행동은 매우 적은 사람만을 죽였는데. 종교적 광신은 수백만을 죽였습니다. 그러니 게이 퍼레이드에서의 노출을 지나치게 걱정하기에 앞서 종교적 극단주의를 보다 우려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참고자료
서울퀴어문화축제 SQCF, “2023 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2023년 6월 7일 작성, 2023년 7월 5일 접속, https://www.sqcf.org/press/?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367968&t=board

오세진, " '서울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불허? 그럼 7월 1일 '을지로'에 뜬다", 한겨레, 2023년 6월 7일 수정  






작성자 : 윤삐삐 / 작성일 : 2023.07.06 / 수정일 : 2023.07.07 / 조회수 :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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