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큐레이팅 시리즈②] 지금, 다시 공공성을 사유하기 위한 두 권의 책
현안과이슈 / by khoco / 작성일 : 2023.07.27 / 수정일 : 2023.07.31

 북 큐레이팅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책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해 전달하기보다는 추천 글에 가깝습니다.책을 읽는다는 것은 긴 호흡으로 한 주제에 얽힌 다양한 스펙트럼에 관해 저자의 사유에 따라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매 순간 우리는 특정한 화두에 대해 함께 숙고해볼 수 있는 유용한 계기를 만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고통, 공공성, 문화 연구, 기록, 연대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한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번 소개할 책은 헌법학자인 조한상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와 하승우의 <공공성> 두 권입니다. 위 두 권의 책은 현대 사회에서의,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여기에서 공공성을 사유하는 주요한 국내 저작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공공성 사유하기


 공익과 사익, 공공성, 국익 등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용어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사회적 결정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화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개념과 의미 계보, 혹은 지향점은 여전히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종종 소수에 의해 공익이나 국익 담론은 그 뜻에 대한 다른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 형태로, 즉 독점적이거나 배타적인 형태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 최근에 학계와 문화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공공 역사(public history)', '공론장(public sphere)' 등은 공공성 개념을 다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비추어, 이번에는 이 공공성 개념을 다루고 있는 두 권의 책, 조한상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와 하승우의 <공공성>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공공성이란 무엇일까요? 또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요? 



(출처: 책세상)


위 질문에 구체화하기 위해 들여다 볼 책은 먼저, 조한상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입니다. 헌법학자인 조한상은 공공성의 개념을 학술적이고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개인이나 단체마다 공공성 개념을 각기 정의 내리고 활용하고 있다며, 저자는 이를 ‘개념의 인플레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고 보다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개념으로서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 연구의 핵심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지금 여기에서’의 공공성의 의미를 밝히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선 자유민(인민), 공공복리, 공개성(의사소통) 등 세 가지 의미요소를 분석하고 공공성의 기본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위 세 가지 의미요소들은 공공성이라는 개념 아래 유동적으로 연관성을 갖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여기서 인민이란 개방된 의사소통에 참여할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이들이면서 공공복리의 대상이 되는 이들입니다. 공공복리란 공동체 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의미하고요. 마지막으로 공개성(의사소통)은 인민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뿐 아니라 스스로 공공복리라는 목적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볼 때 공공성은 단순히 공공복리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주체, 또 추구하는 방식에 관한 필수적인 조건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의 복합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헌법을 개정할 때 숙고를 위한 공론장을 포함해,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게끔 법에 명문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 조항은 주체(인민), 소통방식(공개성 및 의사소통), 목적(공공복리)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때는 공공성이란 개념을 매우 형식적으로 이해하거나 이러한 이해 혹은 개념이 독재, 군부 정권에 의해 독점되기도 했던 현실을 저자는 함께 지적하는데요, 이러한 정부의 결정과 권력이라는 곧 공공성이라는 과거의 해석에는 저자가 강조하는 ‘주체, ’방식‘, 그리고 그 ’과제‘가 결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즉 자유로운 인민도, 의사소통의 통로도, 공공복리도 불확실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공공성의 주체로서 시민단체와 국가에 이어 언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언론은 공론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적 성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책세상)


출처 : 예스24

두 번째로 하승우의 <공공성>입니다. 저자는 공공성을 규정하기 위해 사이토 준이치의 <민주적 공공성>을 인용합니다. <민주적 공공성>에 따르면 공공성이란 국가에 관계되어 있으며, 모든 사회 구성원에 공통적이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공공성의 개념이나 정의뿐 아니라 그 성질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공공성의 유무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민간이 세운 사립학교 역시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립, 사립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그 외에도 저자는 공공성과 관련한 다양한 현상을 그 예로 들고 있는데요, 2013년의 철도 민영화 논란. 저작권에 반하는 카피레프트 운동, 보육 문제와 복지국가 모델 등을 공공성의 관점으로 풀어쓰고 있습니다. 공공성은 시민들의 사회적 삶 속에 정부의 영역이 증가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제 3섹터의 발흥만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공공성에서 중요한 지점은 그 주체인 ’시민‘들이 공동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공성이 사적인 영역을 버리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그것은 오해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공성과 관련한 정치 제도와 아이디어의 변천을 소개합니다. 특히 근대에 이르러 자유주의 정부와 사회주의 정부, 복지국가와 거버넌스에 관한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공공성 논의에서 빼놓기 어려운 자본주의와 함께 ‘공공재’와 ‘사회적 책임’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서구의 공공성이란 아이디어의 변천뿐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의 변천도 다룹니다. 특히 서구의 공리 개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출발해 식민 정부, 독재 정부를 거쳐온 내부 상황을 검토합니다. 민주화가 달성 되었다고 인정되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의 정책이 어떤 점에서 공공성을 훼손했는지를 분석하며, 특히 김대중 정부에 관한 평가에 대해서는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즉 경제 발전을 앞세운 국가 정책이 공공재의 사유화를 부추겨 민주적 공공성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 것입니다.


"공설, 공안, 공권, 공직자 같은 말들은 공공성을 시민의 권한이 아닌 관의 권한인양 인식하게 했다. 그러면서 함께 구성하는 공공성은 점점 사라졌다. 공공성의 독점은 국가 행정이 자신과 대립하는 시민의 자발적인 관계들을 사적인 것으로 만들고 그 관계에 개입하면서 이루어졌다."(하승우, <공공성> 중에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면, 정책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이토 준이치의 <민주적 공공성>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민주적 정당성이란 정책이 구성되는 과정의 의미를 밝히는 데서 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은 외려 한 명 한 명의 말할 권리 혹은 행위 할 권리를 견지할 자유를 위한 장소(아렌트)로서, 이를 억합하는 현대 사회의 기제—하버마스에 의하면 권력, 화폐, 대중매체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저자는 서구 공공성을 비판한 탈식민주의를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민주적인 공공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전, 진보 등 언어 표현을 포함한 위로부터 혹은 ‘외부에서 주어진 척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내부에서부터 하나씩 구성해가는 기획일 것을 주문합니다. 이는 최근 대안적 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동체 권리', 땅과 언어문화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공동체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 활성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글에서 다룬 책들 및 읽을 거리

조한상,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2009, 책세상
하승우, <공공성>, 2014, 책세상
사이토 준이치, <민주적 공공성>, 2009, 이음
위르겐 하버마스, <공론장의 구조변동>, 2001, 나남






작성자 : khoco / 작성일 : 2023.07.27 / 수정일 : 2023.07.31 / 조회수 : 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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