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재]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할까?
현안과이슈 / by 나드 / 작성일 : 2023.08.29 / 수정일 : 2023.09.01


[인공지능 질문하기] (3)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할까?

 

인공지능이 불러올 혁신에 대한 기대감의 이면에서 학자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함께 읽고 싶은 기사를 번역하고, 널리 알려진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연재를 통하여 인간과 기술의 관계 맺기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열광에 늘 따라붙는 농담이 있다. '얘가 내 일자리 빼앗는 거 아니야?' 비슷한 말은 다른 방향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얘가 웬만한 직원보다 나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저절로 불안감이 스며든다. 이렇듯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나, 인공지능의 뛰어난 능력에 밀려나는 진짜 인간이라는 테마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등장해 왔다. 2004년 개봉하여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이, 로봇>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냐고?"

 

인간의 질문을 들은 로봇은 되묻는다. "당신은 할 수 있나요?" 인류가 아닌 개인에 대한 질문에 주인공은 말을 잃는다. 이러한 질문은 이미 로봇 대 인간이라는 상황을 직면한 인간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곡이나 회화 같은 예술은 인간 고유의 것이라 상정하는 인식을 드러낸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으리라 여겨졌던 분야가 그러한 창작과 예술이기도 하다. 생성형 AI가 현실로 도래한 지금, 인류는 정반대의 양상이 겪고 있다.

 

(좌측) 배우 릴리 톰린 제임스와 제인 폰다가 넷플릭스 밖에서 파업 피켓을 든 모습 ⓒJake Lee Green
(우측)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과 미국작가조합(WGA)이 파업 중인 모습 ⓒAP=연합통신

지난 7월,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는 올해 할리우드 양대 노동조합이 함께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파업을 결정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조합원은 1만 여명, 미국작가조합(WGA)의 조합원 16만 여명에 달한다. 작가와 배우들의 노동 조건 개선과 함께,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중 AI 사용에 대한 규제를 요구한 이 파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딥페이크(Deep Fake)를 비롯한 합성 기술을 사용하면 배우 자신이 없어도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재생산될 수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숙달된 작가 없이도 빠르게 드라마나 영화의 플롯을 설계하고 대본을 써낼 수 있다. 기존 배우의 영상이 필요한 AI 아바타를 넘어, 아예 AI로 제작된 AI 배우 또한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다수의 광고에서 인간 모델이 아닌 AI가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 있다.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의 협상 위원이자 배우 지키 알톤(Zeke Alton)은 배우가 AI로 대체되는 일을 막지 못한다면 이는 배우라는 "전문성을 끝내버릴 것"이라 전했다. 동시에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두고 일어나는 고용주와 고용인 간의 전투가 할리우드와 일부 직업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피력했다. "저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두고 협상과 흥정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파업이 진행되는 도중 대형 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관리자를 채용하며 고액 연봉의 공고를 제시해 더욱 반발을 샀다. 유명 드라마 '로스트'의 작가 하비에르 그릴로-마쉬아크(Javier Grillo-Marxuach)는 이러한 넷플릭스의 행보를 두고 "영혼 없는 표절자 군단을 지휘하고자 (지금껏 1년간 내가 번 돈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엄청난 보수를 받는 지휘관을 모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 환경 아티스트 조이스 실바(@joysilvart)가 트위터에 게재한 반 AI 이미지 조합
(우측) 2022년 10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중 AI 그림 저작권에 대한 청원

이처럼 '영혼 없는 표절자'라는 표현은 작가와 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생성형 AI 중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일부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활용한 이미지 생성 AI이다.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기반으로 학습시킨 AI는 순식간에 다양한 그림을 내놓는다. 일러스트레이터와 원화가 등 그림 업계 종사자들 또한 이러한 흐름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탈력감을 호소한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작가의 꿈을 접겠다'는 글이 씁쓸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AI가 학습하는 그림 저작권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역량이 필요하다 전제되어 온 창작노동 분야에서 AI의 발전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 덕분이다. 저작권법의 빈틈을 기반으로 학습한 AI의 생성물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 누구를 위해 일하나
한편으로는 AI 활용이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 받는 영역도 널리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돌봄 노동이다. 국내 IT 대기업과 일부 지자체는 AI 기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실실제로 AI를 통한 긴급 구조가 이루어지거나 심리 상담 진행 후 사용자의 우울감이 하락하는 등, AI 비대면 돌봄은 초고령 사회에 적합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사고 감지나 생활 분석 이외에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도 지속해 확대되고 있다. 향후 AI를 탑재한 돌봄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인공지능 기반 돌봄 서비스 솔루션 '클로바 케어콜' ⓒ 네이버

 

하지만 인공지능과 돌봄로봇이 제공하는 돌봄이 오히려 인간 간의 교류를 줄인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는 놀라운 기술 발전 이면의 그늘에서, 인간에게서 비인간으로 다시 한번 외주화된 돌봄노동이 보인다. 요양보호사의 대다수가 중·노년 여성인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돌봄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자는 절충적인 흐름에서 묻어나오는 씁쓸함이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 가는 건 우리다
생성형 AI 시장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각종 프롬프트와 플러그인이 등장하는 흐름은 기업 간의 경쟁보다는 한 데 뭉친 독주와 같아 보인다. 결국 인간은 로봇에 밀려날 거라는 음울한 전망에 잠기기에 앞서 상기할 점이 있다. 기술 대 인간, 인공지능 대 '인간지능'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교체와 대결의 흐름은, 앞서 할리우드 파업의 사례에서 언급했듯 인간 대 비인간이 아닌 고용과 노동의 문제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져(Azure) 서버실 전경 ⓒ마이크로소프트

 

올해 1월, 미국 뉴욕시 교육국은 뉴욕시 내 공립학교 내 인공지능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교내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ChatGPT를 비롯한 AI 이용을 제한한 것이다. 전면적인 차단은 아니었으나 교원과 학생이 이를 사용하려면 학교 측이 허가를 요청해야 했다. 기존 제한 대상이었던 유튜브, 넷플릭스, 로블록스 등의 웹사이트 목록에 ChatGPT를 추가한 것이다. 4개월이 흐른 지난 5월, 시 교육감은 ChatGPT 금지를 철회하며 "압도적인 두려움과 위험성"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속해있으며 또 일하게 될 현실은 생성형 AI를 이해하는 게 중대할 세상"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거대 기술기업의 전진을 보고 있자면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확산은 자명해 보인다. 미래 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인공지능을 사용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기능은 인간과 유사해 보이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대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순식간에 해내는 속도 자체에 가깝다. 이러한 효율이라는 미명을 두고 따져보면 계산기도, 컴퓨터도, 검색 엔진도 인간보다 효율이 높다. 기능과 효율을 능력이라 정의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재빠르게 무능력해지고, 능력의 유무를 가치에 연결 지으면 인간은 순식간에 소외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쉽게 의인화된다. 대화형 AI는 이러한 의인화를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당연히도 인공지능은 어떤 인격체나 생물군이 아니다. AI의 실체는 SF영화에 등장하는 흰색 로봇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거대한 서버실에 가깝다. 그러니 인간으로서 던져야 할 질문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지는 아니다. 인간의 일자리는 왜 이렇게 쉽게 대체되는지, 그리고 누가 인간을 비인간으로 대체하는지이다.


[관련 기사] (링크)  

김혜선 기자 (2023.07.24.) 63년 만에 할리우드 왜 멈췄나···AI에 저작권·초상권 잠식 위기 [여성경제신문]
맥스 맷자 (2023.07.28.) 넷플릭스, 할리우드 파업 중 연봉 11억원 'AI 관리자' 채용 발표에 논란 [BBC NEWS 코리아]
김정욱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3.01.19.) '돌봄 로봇'에게 2주간 독거노인을 돌보게 했더니… [프레시안]
한귀영 기자 (2022.06.21.) 사투리도 척척 AI, 혼자 사는 노인과 온종일 보낸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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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아리아, 살려줘” 독거어르신을 돌보는 AI 돌봄의 현황은? [SK 텔레콤 뉴스룸]
David C. Banks (2023.05.18.) ChatGPT caught NYC schools off guard. Now, we’re determined to embrace its potential. [Chalkbeat]
Lois Beckett, Kari Paul (2023.07.22.) ‘Bargaining for our very existence’: why the battle over AI is being fought in Hollywood [The Guardian]


[관련 문헌]

김정근. (2021).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미국의 AI/로봇을 활용한 노인 돌봄 사례와 이슈. 국제사회보장리뷰, 2021(봄), 16–26. https://doi.org/10.23063/2021.03.2


작성자 : 나드 / 작성일 : 2023.08.29 / 수정일 : 2023.09.01 / 조회수 :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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