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문화: 농인과 청인 사이 에티켓
현안과이슈 / by 마공 / 작성일 : 2023.08.31 / 수정일 : 2023.09.01

농문화: 농인과 청인 사이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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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노래문제 없을까? ‘수어노래는 청인 중심 콘텐츠라는 말에 농문화를 알아보았다.
농문화는 무엇이며 농인과 청인 사이의 에티켓은 무엇일지 소개하고자 한다.


[&] 이길보라영화감독·작가 수어노래 말고 수어통역” 2022.02.23

많은 사람들이 수어노래를 통해 수어를 접한다. 농인 부모에게서 수어를 배운 나도 수어노래를 하곤 했다. 학교 축제에서 사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무대에 서서 귀로 들려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가사를 수어로 옮겼다. 선율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면 마치 노래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수어를 할 줄 안다는 건 자랑이 되었다. 그 사이에 농인은 없었다. 내가 심취한 것은 수어로 퍼포먼스를 하는 나 자신이었지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당사자가 아니었다. 철저히 청인 중심의 수어노래였다.
 

자라면서 수어노래에 별 감흥이 없는 농인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농인은 청각을 통해 감각하는 노래에 맞춰 수어를 할 수 없다. 어디서 전주가 끝나고 가사가 시작되는지, 가사 내용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농인과 청인이 함께 수어안무를 한다 해도 농인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을 따라해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수어노래가 철저히 청인 중심의 콘텐츠인 이유다.
 

수어노래를 볼 때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수어노래를 통해 수어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배우는 이들도 있지만 수어를 사용하여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나는 일상 속에서 수어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매일같이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건 아니다. 동정과 연민은 대상화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수어로 안무를 해봤자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의 농인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1. 수어의 기본 정보

■ 
한국수어, 농인, 농문화의 의미(한국수화언어법(법률 13978) 3조 정의 참조)

- 한국수어

우리나라 농인들이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 (한국어와는 다른 고유한 형식이 있음)

- 농인

청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로서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

- 농문화

농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형성된 모든 생활양식


■ 한국수어의 문법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국어 문장에 단어만 수어 단어로 바꿔 놓으면 한국수어가 될까? 한국어와 영어의 문법 체계가 다르듯 한국수어와 한국어의 문법도 다르다.

 

■ ​수어는 만국 공통어일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수어는 나라별로 모두 다르다.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한국 농인과 미국수어를 사용하는 미국 농인은 서로의 수어를 배우지 않고는 소통하기 어렵다.

 

■ ​농인의 한글 소통 능력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농인은 볼 수 있으니 한글로 의사소통을 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은 농인이 아닌 한국 사람이 외국어를 어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어려워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농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만 보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이 입 모양만 보고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 수어통역사가 있는 강의 시 강사가 고려하면 좋은 점

1. 정확한 발음과 적당한 빠르기는 수어통역하기에 좋다.

2.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섞어 하기 보다는 한 주제씩 끊어하면 좋다.

3. 과도한 배려보다 자신의 강의 스타일로 진행하되 위의 사항을 고려하면 좋다.



2. 농인과 청인 사이의 에티켓 10가지

(출처: 에이블뉴스, 2021-09-28)

 

농인은 시각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청인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간다. 청인 사이에도 에티켓이 있는 것처럼, 농인과 청인 사이에 에티켓이 있다. 


첫 번째는 농인은 필담과 수어 혹은 입술 모양
, 몸짓을 보고 소통할 수 있다. 어떤 의사소통 방법이 좋은지 미리 물어보는 것을 잊지말자.

두 번째는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수어통역사를 통해 대화 할 경우 통역사가 아닌 농인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하자.

세 번째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리액션으로 경청하고 있음을 확실히 표현하자.

네 번째는 농인에게 이름을 부르기 어려우니, 따로 수어이름이라는 농문화가 있으니 통성명할 때 수어이름을 물어보고, 이후로 계속 수어이름으로 부른다.

다섯 번째는 테이블 위에 시선을 방해하는 물건을 놓지 않으며 서로 공간을 확보하고 수어가 잘 보이기 위해 밝은 곳에서 대화하도록 한다.

여섯 번째는 상대방을 부를 때는 손을 흔들거나 가볍게 어깨를 톡톡 쳐준다.

일곱 번째는 소리 나는 박수를 대신해 두 손을 흔들어서 표현하자.

여덟 번째는 농인이 계속 대화를 멈추도록 하는 방법은 모든 불을 끄는 것이다. 시각 촉각 중심으로 진동이나 불빛을 이용할 수 있다.

아홉 번째는 농 문화 중에 롱 굿바이(Long goodbye)가 있는데 대화가 시작되면 끊임없이 계속된다. 청인 사회에서 좀처럼 대화할 수 없어 생겨난 문화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는 농인의 유머는 정말 풍부한데 이러한 유머는 청각적 방식이 아닌 시각적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참고하자.


3. 나는 농인·청각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Q&A

(출처: 세상을 바꾸는 농인들)

 

Q1. 청각장애 체험을 통해 농인·청각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A. (X) 서민·임산부 일일 체험을 통해 서민·임산부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찬가지입니다. 농인·청각장애인의 입장은 당사자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Q2. 뉴스에서 수어통역이 항상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A. (O) 뉴스에 수어통역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 또는 심야 시간대에 수어통역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수어통역이 제공된다 해도 뉴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농인은 많지 않습니다.

 

Q3. 유튜브의 자동생성 자막을 통해 영상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A. (X) 유튜브의 자동생성 자막은 외계어 수준입니다.

 

Q4. 농인은 스쿠터,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등 운전이 가능하다.

A. (O)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보조기기를 통한 현행법상 55dB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합법적으로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합니다.

 

Q5. 농인들은 꿈에서도 수어로만 애기하지 않는다.

A. (O)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꿈에서 모든 대화가 자막 형태로 나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꿈에서도 수어로 대화하는 사람도 있고, 소리 형태로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Q6. 수어는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 모두 수어로 소통한다.

A. (X) 수어는 농인의 고유언어로,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모두가 수어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어 외에도 음성언어, 필담 등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활용합니다.

 

Q7. 수어는 사랑의 언어일까?

A. (X) 수어는 음성언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평범함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당신은 사랑의 한국어’, ‘사랑의 언어’, ‘사랑의 중국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Q8. 병원, 관공서, 법원, 국회, 콘서트, 대학 등 각종 기관에서 수어통역이 의무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A. (X)

- 대학: 학기 중 수어통역이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대학은 소수로, 모든 대학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학원은 수어통역이 거의 없습니다.

- 병원: 수어통역사가 있는 대학병원이 있으나 이는 소수이고, 동네병원에는 수어통역사가 없습니다.

- 은행: 영상전화기(씨토크)가 마련되어 있는 곳은 소수이고, 원활히 운영되는 편은 아닙니다.

- 관공서: 각 관공서의 재량에 따라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Q9.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청력이 ‘0’이다.

A. (X) 청각장애의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청각장애의 유형도 다릅니다. 중증 청각장애인의 경우 입모양을 상대에게 보여주거나 수어, 필담 등으로 얘기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귓속말 또는 귀에 대고 소리를 크게 하는 행동은 당사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Q10. 등록 농인·청각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 중 2위이다.

A. (O) 전체 등록 장애인 중 1위는 지체장애인(1,239천 명, 2018)이며, 그 다음은 청각/언어장애인(363천 명, 2018)으로 2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Q11. 수어를 알면 전 세계 농인들과 소통이 100% 가능하다.

A. (X) 음성언어는 만국 공통어인가요? 하나의 음성언어가 전 세계 사람들과 100% 소통이 가능한가요? 수어는 전 세계적으로 160개 이상의 수어가 존재하며, 나라/지역마다 수어가 다릅니다.

 

Q12. 국내에서 활동 중인 농인·청각장애인 유튜버는 단 1명 뿐이다.

A. (X) 현재 활동 중인 농인·청각장애인 유튜버로는 하개월, 문일곰, 수어민들레, 농인 그녀들 떴다, 수어맨, 핸드스피커, 데프문, 달콤살벌농인부부, 진니비아, Lihoo tv, 피어나라로즈엣, 미진tv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농인·청각장애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4. 기타 참고 기사

[기자가 만난 사람들] “우리는 수어로 말하고 잘 보는 ‘농인’입니다”2022.05.09.
“인공와우 수술 후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재활을 거쳐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 개개인의 선택과 노력을 존중해요. 하지만 문제는 구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농인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하는 것이 문제예요. 수술 후 노력을 하면 구화를 배울 수 있고, 그렇다면 청인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수술해라, 노력해라, 수어보다 구화를 배워라 식의 사회적 압박, 심지어 부모와 가족의 압력이 농인들에게는 너무 큰 상처이자 폭력이라는 거예요.”

“농인이 농인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교육으로 만들어갑니다”2021.09.27

“수어로 공부하고, 농인 역사와 문화, 정체성, 수어 문학을 배우는 것 그리고 농공동체를 경험하는 건 소보사에만 있는 거예요. 이런 교육이 공교육 안에 생긴다면 소보사는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목적이 정체성 확립이지, 좋은 성적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이 문제가 한 번에 바뀌기엔 무리가 있죠. 그래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작은 학교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선 TV토론, 수어통역사 여러명 배치하라”2022.02.10

토론자 4명인데, 수어통역사는 1명…인권위 권고도 외면 사실 선거방송토론 수어통역 불편 문제는 이미 예전부터 제기돼왔던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또는 수어통역 제공은 의무지만, 수어통역사 최소 인원수 명시는 없다. 이렇다보니 주관기관 및 방송사는 수어통역사를 최소인원 1명만 배치하고 있다. 실제 지상파 3사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 토론자별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에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장시간 통역을 해 통역의 질이 떨어질 우려 뿐 아니라, 양자대결 구도에서 한 사람의 수어통역사가 2명의 후보자 발언 통역을 모두 소화하다 보니, 어느 후보자의 발언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후보자별 공약 및 토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참정권 침해’라는 것.

“수어를 법적인 공식 언어로 인정한 나라 어디일까요?” 2021.10.27

농인에게 수어는 곧 모국어다. 그러므로 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어는 손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영어,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문법과 어휘를 지니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언어체계다. 그러므로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서 그 나라의 언어의 일부로서 수어를 독립된 언어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신간 소개] 『농인성소수자X한국수어』책 발간 2021.06.14.

이들은 농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수어 중, 성소수자 혐오표현인 수어 48개를 추렸다. 이 중 성소수자와 관련된 표현은 ‘성적인 것에만 국한된 경우’, ‘성차별적인 발언’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한국농인LGBT준은 혐오표현 중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을 지칭하는 혐오수어는 총 7개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와 경험을 표현하는 총 37개의 대안 한국수어를 개발에 책에 담았다. 한국농인LGBT준은 농인성소수자가 불가피하게 혐오수어를 사용하여 자기비하적인 언어생활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는 현실과 성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행사와 자료조차 혐오수어로 통역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기고] KT ‘마음을 담다’ 광고가 불편했던 이유“농인이 왜 음성언어로 말해야 하는가?”2020.04.06

이에 대해 청각장애인은 원래 발음이 어눌하지 않냐며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인권단체와 당사자들이 내놓은 항의는 부정확한 발음을 가진 청각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청각장애인의 발음을 존중하고 편견을 재생산하지 말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청각장애인에게는 매끄러운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목소리와 손짓을 상상할 줄 아는 사회가 필요할 뿐이다.




 



작성자 : 마공 / 작성일 : 2023.08.31 / 수정일 : 2023.09.01 / 조회수 : 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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