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카이브 45-6] 시작하는 공익활동가를 위한 내비게이션 (6) -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본 사람' 윤정숙 대표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3.11.24 / 수정일 : 2024.01.02

 오늘날 많은 이들이 첫 시작을 합니다활동을 처음 시작하거나새롭게 시작하거나아니면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죠우리는 이런 새로움에 주목했습니다활동가로 거듭나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한 데 모아볼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시작하는 공익활동가를 위한 내비게이션은 기초적인 정보부터 실무에 필요한 지식까지 다양하게 담아내어 기록하고자 합니다마지막 '해 본 사람' 인터뷰는 먼저 이 길을 걸어본 활동가 총 세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본 사람' 편은 많은 단체에서 리더의 자리를 맡아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터뷰이는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입니다. 


* 인터뷰어 : 김민준, 서민영(기획위원)
* 인터뷰이 : 윤정숙(녹색연합 공동대표)
* 정리 : 김민준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윤정숙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오래 활동했고,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상임이사로 활동했어요. 지금은 녹색연합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60+기후행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신 대표님의 활동의 역사를 듣고 싶어요.

저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파평윤씨 종가집에서 태어나 조신하게 컸어요. 인천에서 살다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서울로 왔어요. 그때 많이 바뀌었죠.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고, 나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편안하게 자랐는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1976년도에 향린교회를 소개받았는데, 학교보다 야학을 더 적극적으로 다녔어요. 탁아소, 빈민촌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고요.

 

본격적인 활동은 1986년에 시작했어요. 결혼을 일찍 해서 20대에 이미 아이의 엄마였어요. 남편은 운동을 하며 감옥에 있고, 그동안 아이가 태어났죠. 결혼하고 나니 가난해도 아기 엄마라서 취직하기 어려웠어요. 20대의 나는 첩첩산중, 오리무중이었어요. 정말 깜깜한 시간들이었죠. 처음 시작은 당시 독재 정권에서 관제 방송을 하던 KBS를 비판하는 언론민주화운동단체 ‘KBS 시청료 거부 시민연합이었어요1인 활동가로 함께하면서 소모임도 하고, 뉴스레터도 만들고, 회계업무도 하고, 혼자서 정말 북치고 장구치며 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거예요. 주부들이 열심히 자원활동하고,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도 생기고. 그 때 당신은 참 일을 재미있게 하고, 창의적으로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 이후에 한국여성민우회가 창립하게 되었고, 스물 아홉에 일하게 되면서 여성운동가가 되었어요. 비로소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우회에서 보낸 시간이 저를 성장하게 만들어준 셈이죠. 위계적이지 않은 조직문화 덕분에 17년 동안 민우회에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민우회 대표를 하면서 배분위원으로 함께했던 아름다운재단에서 상임이사직을 제안받았는데, 몇 번을 고사했어요. 도망다니다가 결국 2006년에 재단 일을 시작했어요. 임기가 4년이었는데, 한 번 연장해서 2년 더 하고 6년 만에 그만뒀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로는 환경 운동에 관심이 생겼어요. 인생 3막으로 생각하면서 조금 더 공부하며 생각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 사진 제공 : 윤정숙


- 일을 참 재미있게 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활동의 재미를 찾으셨나요?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아무런 기반도, 제도도 없는데 우리끼리 토론하고 공부해가면서 해법을 만들어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활동가로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관성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관성적으로 해왔던 방식이 당연히 편안하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르게 상상해 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운 걸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제 특성에 활동이 잘 맞는 거죠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102일 노년의 날을 어떻게 챙기는지 봤어요. 100세 노인들에게 고급 지팡이를 선물하는 기획이 있더라고요. 너무 고루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활동하고 있는 60+기후행동에서 신노년 선언을 하기도 했어요.”

 

-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고, 영역이 다른 조직들을 이끌어오셨는데요. 혹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상근자에서부터 대표인 지금까지 저의 정체성은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가진 의미를 계속 되새길 줄 알고, 내 일을 좋아하면서 호기심을 놓지 않는 마음이 합쳐져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부터 사회까지 모두 변화가 필요한데,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획자로서의 제 삶이 흥미롭고, 저는 그런 삶을 사랑해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걸 꿈꾸게 됩니다. 소위 '체인지메이커'는 나 역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해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만 정답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다양하게 열려 있어야 해요. 
  


- 조직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많죠. 사실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본 사람이라고 추천을 받아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실패, 실수, 판단 착오, 잘난 척 등등.. 그런 순간들이 항상 있었죠. 우리가 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인데 그래서 더더욱 다정한 연대와 다정한 마음을 회복해야 해요. 근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다른 생각과 욕망과 직면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데,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거죠. 두 번째는 당연하게도 재정 문제. 웬만큼 재정 확보를 해서 활동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참 어렵죠. 그 시절에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도 아니라서, 민우회 때 돈 문제가 정말 어려웠어요.”


 

-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표라고 하는 역할과 책무에 너무 짓눌리면 안 될 것 같아요.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론 마지막에 최종 결정을 내릴 때는 혼자서 외롭게 선택할 순 있어도, 해법은 활동가들과 함께 같이 찾아 나가는 거에요. 최선의 솔루션은 리더라고, 나이가 많다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답이 나오는 법이죠. 어제 녹색연합 신입활동가들과 밥을 먹으면서도 활동가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활동가의 상상력과 기획력은 그렇게 기꺼이 마음의 문을 열어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기는 게 아닌가 합니다. 리더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어야 하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떤 일이든 너무 붙잡고 있으면 안 되고, '이 정도면 잘했다' 하고 다음 스탭으로 넘어갈 필요도 있어요. 최선을 다한 나의 리더십을 스스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해요."
 

* 사진 제공 : 윤정숙


 

- 대표님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임에도 변화를 정말 많이 강조하시는데요. 성공적인 변화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60+기후행동을 만들면서 아래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자문위원회를 10대부터 50대까지 구성했어요. 환경동아리를 하는 중학생부터 청년기후행동의 활동가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대표는 1년에 한 번씩 바꾸기로 해서 저도 1년 하고 내려놨고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할 때는 NPO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어요. 공익활동과 시민의 다리를 잇겠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재단도 하나의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나눔이 변화를 만든다라고 슬로건을 짓기도 했었죠.

 

민우회 때는, 예산을 젠더의 시각에서 분석해보기도 했었어요. ‘예산에도 성이 있다라고. 2002년에 만들었는데 지금도 네트워크가 있대요. 이 운동은 지역에서도 지자체 예산을 분석하는 운동이 되기도 했었어요. 이후에는 예산을 환경의 시각에서 분석하기도 했어요녹색연합에서는 후원의 밤 기획을 바꿨어요. 의견을 낼 때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물어봐요. 재정 마련을 위한 후원에서 벗어나서 녹색연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활동가들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바꿨어요. 식사도 생태도시락으로 정하고, 장소도 분위기가 더 좋은 공간으로 바꾸고, 그 시간이 우리 단체의 평소 가치관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도록 했어요.

 

녹색연합 상임대표로서 한 일은 전국 지부를 전부 돌았어요. 지역의 현실을 보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전국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신입 활동가 대상의 교육이 대표적이죠. 전국 활동가들이 모여 매년 생태 순례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정년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활동가들이나 처장들과 식사를 자주 해요. 공식, 비공식적 소통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도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나도 20~30대랑 이야기하는 거 조심스럽지만, 그 이야기 속에 세상도 있어요.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우리 꼰대 세대가 내 경험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했든 그건 30년 전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그 모습 그대로 끌어오지 말고, 지금을 살고 있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재해석하는 게 필요해요. 한 시대의 서막이 끝난 거고, 연극으로 치면 3, 4막 정도 된 거죠. 우리가 더 이상 서막에 머물러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열린 조직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우리 세대의 리더십들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의 끝에 결정하기까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은 현장에 가장 가깝고, 많은 정보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죠. 리더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야죠활동가들이 자기 이야기를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잘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더가 활동가에게 질문하고, 그걸 바탕으로 활동가가 보충하는 과정 속에 최적의 방법을 서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리더십들이 활동가들에게 질문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 속에 최적의 방법을 서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의 역할은 문을 열고, 활동가들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가들이 필요로 할 때 가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대표가 내가 제일 잘 알아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죠.”

  

 

- 조직을 처음 이끌기 시작하는 공익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더는 내 경험과 특성이 잘 결합되면 돼요. 리더십 교육, 자기 관리 교육처럼 강의 듣고 메모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잘 결합시키면 돼요. 각자의 특성이 다 다르니까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강점, 좋은 경험을 잘 녹여내면 됩니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3.11.24 / 수정일 : 2024.01.02 / 조회수 :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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