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살펴보는 아동/청소년 수리권(리페어) 체험과 인식이 중요성
현안과이슈 / by 로코망고 / 작성일 : 2024.04.27 / 수정일 : 2024.05.02

어릴 때 무언가를 고치거나 수선해서 사용해 본 경험이 있나요? 

 

복잡한 전자기기, 생활용품, 옷을 비롯한 우리 주위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다가 혹은 너무 사용을 안 해서 고장이나 훼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고쳐서 쓰자’, 자녀들은 ‘그냥 버리고 새것 사자’라는 의견을 내면서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의견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쉽게 말해서 ‘수리=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수리 비용보다 새로 사는 비용이 더 싸다면, 새로 구입하는 것이 편합니다. 알리, 테무같이 저가 중국산 제품이 최저가로 물밀듯 들어오는 경우에는 더 그렇지요.

 

하지만 ‘수리=비용’이라는 관점에만 매몰된다면, 수리권 확대가 가져올 더 큰 이점을 놓치게 됩니다. 수리권 확대는 단순히 ‘물건을 더 오래 쓴다’는 개념을 넘어서 아래 3가지 이점을 가져오게 됩니다.

 

<자원순환경제 확립>

<수리엔지니어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상환경 유지>

 

그래서 어릴 때부터 수리권과 관련된 교육과 수리 체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위 3가지 이점과 관련하여 ‘아동/청소년의 수리권’에 대해 더 살펴봅시다.

 

 

<1. 수리권이란?>

 

수리는 혁명적인 행동이다 - Rose Marcario, 파타고니아 CEO

 

우리가 흔히 수리를 생각하면, 제품 A/S를 떠올립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무시무시한 아이폰 수리 가격이 두려워, 반드시 케이스를 끼고, 애플케어 보험 가입을 고민해 봤을 겁니다. 그나마 기업에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우산과 같이 늘 쓰이는 소형 생활용품들은 수리 서비스가 전무합니다. 오히려 다이소나 편의점 같은 데서 새로 구매하는 게 더 비용적으로 싸니까요.

 

자본주의 시대에서 새로운 물건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왜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게 만드는 ‘수리’가 중요해졌을까요? 그건 바로 ‘수리=환경오염 감소’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제조/유통/폐기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탄소배출

고장 난 청소기 한 대를 고쳐 쓸 경우, 이산화탄소 6.6kg(소나무 9.8그루) 배출 저감 효과 

 

 

 

아래 4가지는 소비자의 전 세계의 수리권과 관련된 법과 제도 대표 사례입니다.

 

<한국의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

<뉴욕의 디지털 공정 수리법>

<EU의 수리권 보장 규정>

<프랑스의 수리용이성지수>

 

하나씩 살펴볼까요?

 

<한국의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생산ㆍ유통ㆍ소비 등 제품의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며 발생된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하여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2항(기본원칙)

내구성(耐久性)이 우수한 제품의 생산 및 제품의 수리 등을 통하여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할 것

제20조(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는 제품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하여 그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아니하고 수리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다음 각호의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의 확보

  2. 예비부품 배송 기한

  3. 그 밖에 제품의 수리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시행일: 2025. 1. 1.] 제20조

 

<뉴욕의 디지털 공정 수리법>

뉴욕주에 위치한 업체가 수리와 관련된(부품, 매뉴얼, 도구, 설계도 등) 정보를 구매자와 수리업체들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률로 2023년 7월에 시행됩니다. 그러나 초안에 비해서 백색가전과 농기계 등이 제외되고, 소매점 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적용받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2024년에 들어와서 뉴욕주에 이어 캘리포니아주, 미네소타주에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쳐 쓸 권리 '수리권 보장법' 확산.. 뉴욕 이어 캘리포니아도 7월 시행 

https://www.bubb.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8

 

<EU의 수리권 보장 규정>

2023년 3월에 발의된 규정으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일부 제품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제조업체의 수리 서비스 의무 강화와 고지, 수리 중 대신 사용할 기기 대여, 수리 금액 온라인 확인, 법적 보증 1년 추가 연장, 수리를 방해하는 행위(불공정 계약, 수리 방해를 위한 기술적 장치, 사설 수리업체의 3D프린터 사용 방해)를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수리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보조금 지원, 홍보 캠페인, 수리 관련 교육 프로그램, 수리 공간 지원 등의 촉진도 의무적으로 1개 이상 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EU, 소비자 '수리권' 강화 법안 잠정 합의... 삼성전자 ·LG전자도 적용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774
 

<프랑스의 수리용이성지수>

제품의 수리 용이성을 점수화하여 평가한 지표로 0~10점을 부여받습니다. 설명서, 분해/도구장치, 예비부품, 대체부품가격, 제품별 세부 사항을 고려하여 평가하며 점수별로 색이 다른 마크를 부여하여 구분하기 쉽게 표시하였습니다.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217000860

 

<2. 자원순환경제 확립>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순환경제사회 구축

 

그렇다면 세계는 왜 수리권과 관련되어 법적 제도를 구축하고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경제 발전을 위해 대량생산과 소비가 환경파괴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 53억대의 스마트폰이 버려지거나 방치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폐기물은 매년 4,446만 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매립/소각되어 건강 문제와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버려지는 만큼 새로 만들기 위한 자원이 소모됩니다. 

매년 새로운 신제품이 나오면서, 사용하는데 멀쩡한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구매하게 만듭니다. 애플 같은 경우는 의도적으로 구형 제품의 성능을 낮추거나 자신들 외에는 수리를 못 하게 하기도 했지요.

 

한국 쏙 빠진 애플 '수리할 권리'... 유럽서 직접 수리 프로그램 확대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414120000130

 

또한 신제품 개발과 생산하느라 원자재와 에너지를 지속해서 사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환경이 파괴됩니다. 특히 원자재 개발과 수출에 의존하는 제3세계의 환경파괴는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수리를 통해 소비 없이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특허를 이유로 기업들이 자가 수리를 막기도 하고, 수리할 장소나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위 수리와 관련된 3가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소비자들의 수리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3. 수리엔지니어 일자리 창출>

수리 인프라와 인력 확충으로 폐기 대신 수리를 선택하는 문화 조성

 

예전에는 마을마다 전파사가 있었습니다. 자잘한 가전제품의 수리는 전파사에서 다 해결할 수 있었지요. 집집마다 바느질을 해서 구멍 난 옷은 다시 꿰매서 입었습니다. 집과 마을에는 수리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늘 있었습니다. 자원이 넉넉했던 시기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물건 구매가 쉬워지면서 수리가 줄고 자연스럽게 수리 전문가들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축의 전자도 모르던 사람이... 50년 세월 지켜온 여수 전파사

https://www.netong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7827

 

하지만 지자체와 수리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수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망가진 우산 수리 서비스

서울의 각 지자체에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자원순환을 위해 우산 수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40311050036 

  

배터리뉴

현대 버전 전파사를 꿈꾸는 수리 전문 업체로 실제 전파사 장인을 섭외하여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실습 및 채용합니다. 

 

https://better-renew.co.kr/

 

코끼리 공장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하여 기부하는 '장난감 수리단' 에서 출발한 기업입니다.

 

 

https://www.kogongjang.com/

 

서강잡스

새터민 출신인 김학 대표가 설립한 아이폰 수리 전문 교육 기관 

 

https://sogangjobs.com/

 

  

<4. 청소년 수리 교육 및 문화 확산>

 수리에 대한 필요성과 인식이 늘었다면, 그만큼 수리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경험도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합니다.

 

리페어카페

소비자가 고장 난 물건을 직접 고칠 수 있는 교육과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오픈하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물건을 직접 고치는 리페어카페가 확산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첫 리페어카페가 오픈하였습니다.

 

https://www.repaircafe.org/en/

 
런던의 리스타트 프로젝트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수리 기술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수리에 익숙해지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https://www.cultureofrepair.org/



https://therestartproject.org/ 
  

뉴욕의 필드스톤 학교의 수리 교육 프로그램

학생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으로, 런던의 리스타트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학생들에게 수리 교육을 진행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M68nw2kYqI

  

뮌헨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 학생 수리점

교사와 수리 코치 지도를 받아 10~17세 사이의 학생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부서진 물건에 대한 수리를 진행합니다.

 

그 사이에 토스터기가 고장 난 다른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물론, 자신이 진행 중인 수리에서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학생이 직접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토스터기를 시작하는 "토스트" 버튼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문서를 작성할 때, 소녀는 고객의 "수리 대상 물품과의 관계"에 관해 물어봅니다. 고객은 토스터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어서 이 오래된 토스터기에 매우 애착이 있고, 여러 가지 좋은 기억과 긍정적인 감정을 떠올리기 때문에 수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주민의 후기-

https://www.schueler-reparaturwerkstatt.de/index.php/about-us.html

  

팀 리페어

아이들에게 수리와 지속가능성을 가르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리가 필요한 장치(휴대용 게임기, RC카 등)를 기부받고, 아이들이 직접 고친 장난감을 다시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런던의 사회적 기업입니다.

 

https://team.repair/

 

 

<5.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상 환경 유지>

수리/수선 등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지식 전달 체계가 미흡한 아동(한부모가정 등)이, 자립 후에도 일상 환경 유지

 

수리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어릴 때부터 ‘수리 문화’에 익숙해지면 일상생활 내 능동적으로 결함에 대처하는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학교 필수과목, 고등학교 일반 선택과목인 기술가정 과목

진학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체감도는 낮은 편이나, 실제 자립 후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특히 한부모 가정, 가족돌봄청년, 보육원 아동처럼 원가정에서 기술 및 가정 지식을 배울 수 없는 학생들에게 필요합니다.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09250224

 

랜선 아빠

한부모가정에서 성장한 '롭 케니'는 아버지 없이 유년 시절을 보내 스스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야 했습니다. 수리를 포함한 노하우들을 부모의 도움 없이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Dad, how do i)을 운영하였고, 실제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는 누리꾼들에게 '랜선 아빠'라고 불립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4452655

 

이처럼, 수리 문화 확산은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환경을 보존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국내에서도 더 많은 미래 세대들이 수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더 쉽고 편하게 수리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 썸네일 출처 : Pixabay


 

 



작성자 : 로코망고 / 작성일 : 2024.04.27 / 수정일 : 2024.05.02 / 조회수 :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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