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13. 내 친구의 고향은 드넓은 바다입니다
스토리 / by NPO지원센터 / 2019.04.09
'퍼스트 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 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들과 '공익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돌고래가 쇼를 하게 된 사연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 내 퍼시픽랜드와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에 출연 중인
돌고래들이 사실은 어부들에게 불법 포획되어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경에 의하면 퍼시픽랜드는 1990년부터
무려 20여 년간 제주도 앞바다에서 어민들에게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마리당 7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주고 사들여....”

2010년, 뉴스를 듣던 황현진 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다를 헤엄쳐야 살 수 있는 돌고래를 불법으로 잡아서 쇼를 시켰다니…’ 그 뒤로 간단한 짐만 챙겨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중문 관광단지에 위치한 돌고래 쇼장 퍼시픽랜드에 도착했습니다. 뒷문이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들리는 물소리를 따라 들어간 제 눈에는 목욕탕만큼 작은 수조에서 힘겹게 물장구를 치는 돌고래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생각했어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실내 돌고래쇼장의 돌고래들

‘납치된 돌고래를 바다로’라는 손팻말을 만들어 들고 퍼시픽랜드 정문 앞에 서 있는 현진 씨를 흘끔 보던 가족들은 돌고래쇼 표를 사서 쇼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나왔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아이가 현진 씨에게 말합니다. 

“저희 돌고래쇼 안 보기로 했어요.
납치된 돌고래는 바다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이러한 황현진 씨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납치된 돌고래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덕분에 돌고래들은 자유를 찾아 바다로 돌아가게 됩니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노력]


역사에 남을 돌고래 재판 

혼자 손팻말을 만들어 퍼시픽랜드와 제주도청, 제주공항, 터미널 등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현진 씨는 팻말을 들고 달려가 1인 시위를 펼쳤습니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외치던 현진 씨 곁에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같이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주세요”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응원하는 시민들이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고 있던 조약골 씨가 기타를 메고 찾아왔습니다. 이 두 사람은 ‘핫핑크돌핀스’라는 단체를 만들고 함께 돌고래들을 바다로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핫핑크돌핀스 대표 활동가 조약골, 황현진 씨

2012년 2월, 퍼시픽랜드는 돌고래 불법 포획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때를 놓치지 않고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수 천명의 서명부를 모아 재판부에 보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열리는 재판에 찾아가 재판이 잘 되고 있나 살폈습니다. 부족한 사실이 있으면 꼼꼼히 적어 의견서로 만들어 재판부에 내기도 했습니다. 

지방법원의 1심 판결 후, 항소심, 대법원 판결까지 1년이 더 걸렸습니다. 마침내 2013년 3월, 재판부는 퍼시픽랜드 대표의 징역형(집행유예)과 벌금 천만 원을 선고하고 돌고래들은 몰수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돌고래 재판이었습니다. 

돌고래 재판이 열리는 사이, 서울에서도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2년 3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공연해 온 제돌이를 고향 바다로 돌려보내겠다는 발표였습니다. 서울에서는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가 꾸려졌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전문가, 공무원, 사육사, 동물보호단체들이 1년 넘게 돌고래를 어떻게 잘 돌려보낼 수 있을지 의논했습니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대법원 판결로 퍼시픽 랜드의 춘삼이와 삼팔이가 함께 육지 가까운 바다에 만든 가두리에서 야생적응훈련을 받았습니다. 

가자 가자, 저 푸른 고향으로 돌아가자 

세 마리의 돌고래는 적응훈련을 잘 해냈습니다. 냉동 생선을 받아먹던 수년간의 습관을 버리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고 거친 파도에 몸을 맡겼습니다. 조련사들과도 차츰 정을 뗐습니다. 가두리 부근엔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의 친구들이 가까이 몰려와 인사하듯 헤엄치고 점프도 했습니다.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는 1번이라는 숫자가, 춘삼이에게는 2번이라는 숫자가 새겨졌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야생 방사하는 돌고래가 행여 적응하지 못할 수 있어 추적 관찰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4년의 쇼단 생활을 마친 세 마리의 돌고래 중 삼팔이는 6월에 가두리를 탈출하여 바다로 돌아갔고, 7월에는 춘삼이와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돌고래 방류이며, 생태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제돌이가 방류된 제주 김녕 앞바다를 찾은 아이들 

이후 퍼시픽랜드에서 건강이 좋지 못했던 복순이와 태산이도 2015년에 고향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방류된 돌고래들이 고향에서 잘 살고 있나 계속 살피고 있습니다. 매일 100km 이상씩 헤엄치는 제주 앞바다의 돌고래들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삼팔이와 춘삼이는 2016년 새끼를 데리고 다녔고, 그다음 바다로 돌아간 태산이와 복순이도 야생 무리와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고래 없으면 무슨 의미로 

하지만 일곱 마리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뒤에 대기업들이 새로운 고래 수족관을 개장합니다. 지금은 전국 일곱 곳의 수족관에서 40마리의 고래들이 전시와 공연, 체험행사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 앞바다의 환경이 변하면서 대형 고래들은 사라지고 작은 돌고래들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3만 마리가 넘었던 제주 앞바다의 돌고래들은 지금 60%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도 세계자연보전연맹 지정 '취약'단계에서 '위기'단계로 상향 조정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됩니다. 


퍼시픽랜드와 소유주 호반건설은 돌고래 쇼를 중단하라
-2017년 11월 핫핑크돌핀스 기자회견

핫핑크돌핀스는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의견을 내고 인터뷰나 신문기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뿐 아니라 고래고기 유통, 수족관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 쉼터 만들기, 고래보호구역 지정 등 아직도 남아있는 과제를 위해 동물권 단체들은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점차적으로 사람이 함부로 동물을 대하는 동물원이 아닌, 동물 종을 보전하기 위한 본래 의미를 가진 동물원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돌고래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가 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바다와 육지도, 고래와 사람도, 모두 함께 살자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야 오래 살고, 함께 살아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지키는 퍼스트 펭귄들은 고래가 사라지는 세상엔 사람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파괴된 세상에 인류만 남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주 바다의 고래는 자연의 상징입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존의 미래를 의미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돌고래처럼, 오늘도 핫핑크돌핀스는 바다의 바람을 노래합니다.

“고래야, 같이 살자. 오래오래 같이 살자.”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 활동가)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핫핑크돌핀스 : https://www.facebook.com/hotpinkdolphins/
​ 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 http://naver.me/FsaYLnZH/
​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 : http://dolphinsanctuarykorea.org/ko/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04.09, 조회수 :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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