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08.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가 있습니까?
스토리 / by NPO지원센터 / 2019.04.09
'퍼스트 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 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들과 '공익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가 있습니까?"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한 국회의원이 대답합니다.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북한입니다. 선진국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인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진보성향이 남아 있기 때문에...”


2014년의 JTBC 뉴스룸 인터뷰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 국정교과서 채택안. SNS상에서 인터뷰를 한 국회의원의 말이 퍼져나가면서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학생들이 잘 공부하고 있던 다양한 교과서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은 왜 제기되었을까요?

 

교육은 국가의 미래입니다. (사진 : 이하나)



갑자기 튀어나온 국정교과서


국정교과서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서부터 '검정제 교과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교과서 검정제는 국가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민간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만들고, 각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에 반해 교과서 국정제는 교육부 장관이 저작권자로, 국가에서 채택한 교과서 1종으로만 공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던 우리나라는 1973년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에 따라 국정화가 되었습니다. 1974년부터 국사과목은 국가에서 만든 한 가지의 교과서만 사용했습니다. 80년대 이후 교과서는 다시 차츰 검정교과서로 바뀌어나갔고 2003년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새로 만들며 검정화를 채택했습니다.


점차 모든 교과서를 검정교과서로 바꿔나가는 움직임에 갑자기 제동을 건 것은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교과서 제작이 기획되었고 2015년 진짜로 시행할 움직임이 보이자 전국적으로 여러 단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국정교과서 기획부터 폐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교과서에 친일 성향이나 과거 독재 정부에 대한 미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만약 편향된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자기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좌편향되었다는 교과서들은 이전에 교육부에서 합격시켰던 교과서들이었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2010년 서서히 대두되었습니다. 교과서에 대한 좌우의 성향이 자꾸 논란이 되자 2011년 시민단체들은 ‘친일독재 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를 결성했습니다. 2013년 9월엔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한국사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가 교학사의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본격적인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대해 서울대 소속 역사학과 교수 382명이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하며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서울대와 고려대를 포함한 전국 70여 개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반대 및 집필 거부 선언으로 확산되었고 479개의 시민단체에서 국정화를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사진 : 이하나)


기독교 단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독교사 실천 선언’을 발표했고 교사들은 불복종 선언을 발표하며 "정부가 스스로 올바른 교과서라고 지칭한 교과서는 빗나간 역사관을 반영하며 왜곡과 오류가 극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는 아주 기본적인 역사관에 입각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것인데 다양한 해석이나 논쟁을 원천 봉쇄하는 국정교과서 1종을 가지고 전국의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민주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합의 없는 정책은 폐기만이 답 


2016년 11월 28일 공개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관점과 객관적 사실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교육부는 그제야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실시를 유보하고 2018년부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혼용을 제안했습니다. 학계와 교사 단체, 학부 모모임, 시민사회, 시도교육감협의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단체들이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학계는 한국사뿐 아니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도 동참하며 2016년에 들어 참여단체가 두 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또한 2015년 JTBC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찬성이 44.7%이었지만 2016년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67%, 찬성 17%로 여론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결국 2017년 5월 31일, 조기 대선을 통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폐지되었습니다.

(출처 : 정책브리핑)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관계자들의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집필진의 자질 논란과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부 예산의 무분별한 사용 등 진행과정에서의 허점도 하나씩 밝혀졌습니다. 충분히 전문가들과 시민들과의 논의 과정이 없었던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결국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은 전국의 다양한 계층이 함께하면서 몇 가지 성과를 냈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의 일방적인 역사관을 강요하는 국정화 시도를 완전히 무산시켰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참여 단체의 확장으로 유기적인 연대와 협력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던 정책을 무산시켰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소득이 되었습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http://www.much.go.kr/cooperation/index.do

​ 역사정의실천연대 : http://ibuild.tistory.com/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04.09, 조회수 :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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